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7월 09일 14시23분
[생의 한가운데]7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얼굴들
지난달, 라면값이 2천 원이라는 말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반응했다.
이후 대통령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이 심각하다며 이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지시했고, 제2차 비상경제점검 TF 회의를 소집해 물가, 민생, 지역경제 전반에 대한 점검과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특히 가공식품 전반의 가격 상승이 서민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민생 중심의 2차 추가경정예산(약 20조 원 규모)을 편성하고 전국민 차등 지원금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현재, 시장 바구니를 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를 건 다 올랐다”는 체감이 더 크다.
소비자물가 통계를 보면, 대통령이 ‘2천 원 라면’을 언급했음에도 라면값은 작년보다 6.9%나 올랐다. 여기에 더해 중점 관리 품목인 달걀 가격도 6.0% 상승했다. 특히 산지 가격이 오르면서 최근 3년 사이 최대폭인 15.8% 상승을 기록했다. 주부들은 “계란값이 왜 또 올랐을까” 하고 서로 묻곤 한다.
물론 2022년 조류 인플루엔자로 병아리까지 살처분한 일이 있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복구됐다고 본다. 그런데 미국발 계란 파동의 여파인지, 우리는 여전히 계란 한 개도 부담스럽게 사야 하는 현실이다.
요즘 시장이나 로컬푸드 매장에 가면 육종 햇마늘이 단정히 묶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매년 어머니와 함께 마늘을 까서 식초에 담가 장아찌를 만들던 기억이 있어, 올해도 한 접 사보았다. 하지만 재배 면적 감소로 인해 가격이 무려 24.9% 인상됐다.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줄어든 고등어, 조기, 오징어 역시 줄줄이 가격이 올랐다. 예전엔 생고등어 한 마리를 5천 원쯤에 샀지만, 지난주엔 동네 생선가게에서 7천 원이나 주고 사야 했다.
다행히 '금사과'라 불렸던 사과, 배, 참외 가격은 내렸지만, 이는 작년에 워낙 많이 올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제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나고 내각이 구성되는 시점에서, 국민의 밥심을 책임질 쌀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농식품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농민 반발이 크다. 핵심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다. 쌀 과잉으로 쌀값이 폭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송 장관은 앞선 정부와 최근 국회에서 “애초에 쌀이 남지 않도록 사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한 절충안이 실효성 있는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쌀 품귀 현상으로 일본 여행객들이 한국산 쌀을 사 간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며 보조금을 지급해 왔지만, 그 결과는 쌀 정책의 실패였다.
우리나라 역시 논을 포도밭, 콩밭, 밀밭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식량 자급률 하락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 시대, 식량 자급률은 곧 식량 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어느 기상학자는 “20년 주기로 기상이변이 나타났고, 앞으로는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며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언젠가 대통령과 국민이 라면값에 놀란 것처럼, 쌀값에도 놀라며 더 큰 위기를 겪지 않아야 한다.
한여름, 열사병 위험 속에서도 밭일을 멈추지 않는 농민들, 건설 현장에서 구슬땀 흘리는 노동자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환경미화원들, 뜨거운 열기 속에서 배달하는 라이더들 모두 먹고살기 위한 절박함으로 하루를 견디고 있다.
정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일이다. 대통령은 라면값 2천 원에 반응할 뿐 아니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구의역 청년, 석탄 컨베이어에 사라졌던 청년, 전주와 익산에서 생활고로 세상을 떠난 모녀를 기억해야 한다.
청포도 익어가는 7월, 더는 놓쳐선 안 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생각해 본다.
/김보금(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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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7-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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