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8월 11일 14시25분
[아침발걸음]프레임의 법칙(Frame Law)과 역지사지
‘프레임 씌우다’ 라는 문구에 적용되는 것은 특정한 대상 또는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므로 쉽게 말해 프레임은 ‘안경(眼鏡)’과 같다. 주변 환경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프레임의 사용에 능통한 사람들은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 ‘프레임’을 사용하여 스토리의 강조할 부분과 생략할 부분을 결정한다. 예를들어 물이 반쯤 차 있는 컵을 상상해 보자. 무엇에 집중하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이 컵에 대해 설명할 때 “물이 반쯤 차 있다.”또는 “물이 반쯤 비어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물이 반쯤 차 있다.”라고 보는 것은 물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가능한 것에 감사하도록 격려하거나 풍요로움, 낙천주의, 잠재력 등을 강조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프레임이다. 반면, “물이 반쯤 비어 있다.”라는 부정의 프레임을 사용하는 경우는 희소성, 상실 등의 불만과 두려움을 강조할 때 사용한다. 최근 이루어진 한미간의 관세 협상에 대해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 “한미간에 관세 협상은 절반의 성공이다.”라고 할 수도 있고, “한미간 관세 협상은 절반의 실패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왜 이렇게 일정한 상황이나 사건을 가지고 프레임 씌우기에 혈안일까. 프레임에 따라 대중의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정치인들은 간혹 대중 선동을 하려고 프레임을 씌우기도 한다.
프레임 법칙(Frame Law)이란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떠한 틀을 가지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법칙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서로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일은, 사실상 자기의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이다. 상대방을 배려함이 없이 모든 것을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유로(由路)된다. 그래서 분쟁이 생겨나기도 한다. 프레임 씌우기는 마치 자의적으로 안경을 씌우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선입견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자아성찰(自我省察)이 없는 오만함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모든 인간관계에서 오해와 분쟁의 불씨가 된다. 여기서 몇 사례를 들기로 한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진나라로 가던 도중에 양식이 떨어져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적이 있었다. 공자가 자주 어질다고 칭찬한 안회(顏回)가 가까스로 쌀을 구해 와서 밥을 지었다. 공자는 밥이 다 되었는지 알아보려고 부엌을 들여다보다가 밥솥의 뚜껑을 열고 밥을 한 움큼 먹고 있는 안회의 모습을 보았다. 공자는 깜짝 놀랐다. 안회는 교양과 도덕성을 갖춘 젊은 애제자였다. 공자는 크게 실망하고 곧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안회가 밥이 다 되었다고 하자, 공자가 말했다.
“안회야! 내가 방금 꿈속에서 선친을 뵈었는데, 밥이 되거든 먼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하더구나.”
밥을 몰래 먹은 안회를 뉘우치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 말을 들은 안회는 곧장 무릎을 꿇고 말했다.
“스승님! 이 밥으로는 제사를 지낼 수는 없습니다. 제가 뚜껑을 연 순간 천장에서 흙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스승님께 드리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먹었습니다.”
공자는 제자 안회를 잠시나마 의심한 것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워 다른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 나는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눈도 완전히 믿을 것이 되지 못하는구나. 그리고 나는 나의 머리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머리도 역시 완전히 믿을 것이 되지 못하는구나. 너희는 보고 들은 것이 꼭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거라.”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어느 날 집을 청소하러 오곤 하는 하인이 3시간 넘게 지각을 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그를 해고하기로 작심했다. 3시간 후 타고르는 허겁지겁 달려 온 하인에게 빗자루를 던지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해고야! 빨리 우리 집에서 나가!”
그러자 하인은 빗자루를 들며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젯밤에 딸 아이가 죽어서 아침에 묻고 오는 길입니다.”
자상한 내막을 듣고서야 오해를 풀었다. 사람은 누구나 오판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 엄마 이야기이다. 시장통을 거쳐가는 353번 버스엔 늘 승객들이 만원이다. 보따리마다 주고받은 훈훈한 정을 받아 온다고 하면서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를 매달고 있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 안에서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시 후 그치겠거니 했던 아이의 울음소리는 세 정거장을 거쳐올 때까지도 그칠 기미가 없어 보였다. 슬슬 화가 난 승객들은 여기저기서
“아줌마, 애기 좀 잘 달래 봐요.”, “아줌마가 이 버스 전세 냈나요?”, “이봐요. 아줌마 내려서 택시 타고 가요!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아기를 업은 아줌마에 대한 원성으로 화난 사람들의 표정들이 버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을 그 때, 차가 멈추어 섰다.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버스기사만 바라보고 있는데 버스기사는 일어서 문을 열고 나가서는 상점에서 무언가를 사들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아이 엄마에게로 다가간 버스기사는 긴 막대사탕의 비닐을 벗겨 아기 입에 물려주니 그제야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다시 버스는 출발했고 버스 안에 승객들은 그제야 웃음이 번져나왔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하는 아이 엄마는 버스기사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손등에 다른 한 손을 세워 보였다. ‘고맙습니다.’라는 뜻의 수화(手話)였다. 아이 엄마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이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아이 엄마가 내린 뒤 버스기사는 아주머니와 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버스를 움직이지도 않고 해트라이트로 사랑의 불빛을 멀리 비추어 주고 있었어도 누구하나 “빨리 갑시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역지사지,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요청된다. 프레임을 씌워 상대를 공격하는 일은 수준 떨어지는 정치가나 할 일이다. / 유종국 전 전북과학대학교 교수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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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8-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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