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18일 12시37분
앎의 계몽, 그 관주적 탐색
[책마주보기]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이지혜)
윌슨은 윌리엄 휴얼이 주장한 융합적 통섭보다는 환원주의에 입각한 통섭에 방점을 둔다. 물론 환원주의는 모든 것을 작은 단위로 쪼개는 데 집중한 나머지 각각의 진리 영역에 예속되어 전체를 통합하여 보지 못하고 자칫 세계를 부분적으로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만 윌슨은 과학을 ‘강’에 비유하여 여러 갈래의 진리들이 결국 다른 진리들과 합류된다는 휴얼의 귀납적 해석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진리의 강은 한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고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각을 달리한다. 이를테면 생물학자 윌슨의 ‘나무’ 유비는 하늘을 향해 뻗은 많은 가지와 잎처럼 눈에 보이는 다양한 현상들을 관찰하고 기술하며 분류하는 학문이 있는가 하면 땅속 보이지 않는 부분을 측정하고 이론화하는 분야들도 있음을 적시한 것이다. 바로 그 뿌리와 가지를 연결하는 줄기가 통섭의 공간이다. 나무가 줄기의 수관을 타고 오르내리듯 통섭은 일방이 아닌 상호 교류하는 것이다.
합리적 이성을 일깨운 계몽주의 유산을 물려받은 인류는 지식 체계를 한데 묶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지식 본유의 통일성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21세기에 접어들어 학문 분야 대부분에서 통합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윌슨이 부활시킨 휴얼의 ‘consilience’ 개념은 일반적으로 자유롭게 학문 분과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부연하면 다양한 현상들로부터 도출되는 귀납적 개념들이 일련의 일관성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윌슨은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물에 널리 통하는 ‘학문의 큰 줄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지식의 통합을 강조하며 통섭統攝을 개진한다. 지금껏 인류는 과학이 모든 학문을 통합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과학은 인문학적 과학에 근접해있다. 윌슨은 가까운 미래의 학문을 크게 자연과학과 창조적 예술을 추구하는 인문학 두 가지로 내다본다. 그러한 관점에서 통섭의 뇌, 즉 설명하는 뇌는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윌슨의 관심은 과학의 예술로의 이행 곧 예술과 과학의 혼성화이다. 참된 가치와 아름다움이라는 속성을 지닌 예술은 때로 모든 인문학을 총칭하기도 한다. 예술이 인간 본성의 언어를 통해 어떻게 쓰여질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은 예술에 대한 해석과 학문적 분석 그리고 비평 활동의 중요한 테마가 된다. 예술과 과학은 창조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며 두 영역 간의 교류는 해석을 매개로 하여 성취될 수 있기에 해석은 과학과 예술 간의 통섭적 설명이 발현되는 논리적 통로이다. 이러한 상호 교류의 접점에서 과학은 예술의 직관과 은유의 힘을, 예술은 과학으로부터 신선한 지적 호기심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지식의 통일은 다름 아닌 서로 다른 학문의 영역을 한 데 묶고 인식론적 연계를 만드는 통합의 모색이다. 그러기에 윌슨은 일관된 이론의 실로 구슬을 꿰듯 모든 것을 하나로 꿰뚫는 진리를 찾아가는 ‘통섭’의 길을 제안한다. 그것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지식 체계 안에서 실존을 논하고, 인간 이해에 새롭게 다가서는 아름다운 성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지혜 작가는
'미당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나주디카시’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안독서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면 : 2025-08-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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