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8월 18일 16시16분
"벼 대신 콩 심으라더니, 이젠 콩도 심지마?"
-급작스런 정부측 논콩 수매 축소계획에 농민들 발끈-쌀 감축만 골몰하다 실패한 부실 정책이란 비판 봇물
“벼 대신 콩 심으라고 할때는 언제고…이제는 콩도 심지 말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쌀이 남아돈다며 논콩 재배를 장려해온 정부가 급작스레 콩 수매마저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자 농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는 18일 전북자치도청 앞마당에서 대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이 같은 근시안적 농업정책을 문제삼아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쌀 생산량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들어 2016년부터 논에 벼 대신 밭작물 재배, 특히 콩 심기를 적극 권장해왔다.
재작년부턴 아예 콩을 전략직불금 지급 대상에 포함시켰다. 올 들어선 한발 더 나아가 쌀 재배면적 조정제까지 도입해 콩 심기를 더욱 장려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기조를 급선회 한 채 논콩 재배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재고물량이 수북이 쌓여갈 정도로 콩 생산량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여기에 국산 콩은 수입산보다 2~3배 가량 비싸 대량 소비처 찾기도 쉽지않다고 한다.
정부는 이에따라 농업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논콩 대책을 세우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공공비축미 또한 쌀 수확기를 앞두고 약 3만 톤을 방출할 태세다.
농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북농단연은 “농업 현장에서 농민들은 1~2년이 아니라 평생을 걸고 농사를 짓고 있다. 오락가락 하는 정부의 농업정책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농업 현장을 파멸시키고 농민의 생존권을 빼앗는 폭력행위와 같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략작물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아울러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그 책임을 지고 즉시 사퇴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황양택 전북농단연 회장은 “생명산업인 농업을 다루는 정책은 백년대계로 설계해도 부족할 판에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정책을 만들어 펼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하지 아니할 수 없다”며 “농업인들이 줄기차게 농축산물 가격 안정과 농민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문제에 있다”고 힐난했다.
김영재 전국쌀생산자협회 부회장 또한 “농민들은 정부가 논에다 벼 대신 콩을 심으라고 하면 콩을 심었고, 가공용 가루쌀을 재배하라고 하면 가루쌀을 재배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새로운 재배기술을 익히고 그에 필요한 투자도 했다. 그런데 이게 뭐냐”며 “정부는 농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농업정책, 일관성 있는 농업정책을 만들어 맘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한편, 올들어 문제의 전략작물 직불제 참여를 신청한 전북지역 농가는 지난 4월25일 기준 모두 2만1,248농가, 면적은 총 5만2,1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콩이나 깨 등 하계작물을 선택한 농가, 즉 벼농사철에 벼를 포기하고 밭작물을 심겠다는 논은 약 1만9,000㏊에 달했다. 이는 전북혁신도시 19배 넓이에 이르는 규모로, 도내 전체 벼 재배지(10만4,343㏊) 18%에 달한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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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8-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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