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19일 17시18분
맑고 투박한 그림 속에서 풍겨 나오는 시원의 울림
전주한옥마을 향교길68 미술관, 박정근 기획초대전 ‘마음을 흔드는 것들’
전시는 초대전으로 꾸려진다. 작가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작가다. 현장에서 건축 일을 하면서 살아왔으며 뒤늦게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그동안 몇 차례 개인전을 열고 단체전에 참여했지만 세간의 평가에 연연하지는 않았다.
그가 향교길68 조미진 관장의 눈에 띄면서 전주한옥마을에서 초대전을 갖게 됐다. 지난 6월 남원 전시에서 주목을 받았고, 이번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전주한옥마을 향교길68미술관에서 전시를 갖게 됐다.
작가의 작품은 기성 화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움과 생소함으로 가득하다.
어린 아이들이 색연필로 자유롭게 그린 그림과 색채, 나무 조각을 잘라 맞춰 엉성하게 만들어 낸 허수아비, 진흙과 마른 풀과 나무 껍질을 비벼서 만들어낸 화판 위에서는 선량한 눈빛의 동물이 미소짓고 있다.
조미진 관장은 “작가를 모르고 그림을 봤더라면 나는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면서 "단순한 구도와 자유로운 형태와 색채, 나무로 거칠게 만들어낸 공작물들... 하지만 그 작품들을 보면서 마음속 깊이 ‘뭉클’하는 기분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목수로서 노동 현장에서 작업을 해 왔을 그의 땀 냄새와 숨소리,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진심까지 느껴졌으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조용히, 그리고 깊게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다듬어진 그림은 아니지만, 그 속에는 작가가 살아온 시간과 숨결, 그리고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했다.
작가는 “흔하게 핀 들꽃처럼 흙에서 자랐고, 그런 흙의 마음과 영혼 같은 것들을 그리고 만들고 싶었다”며 “사랑, 꿈, 희망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것들.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고 했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08-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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