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안병철 - 2025년 08월 25일 13시29분
[독자투고] 관계 속에서 은폐되는 범죄,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그러나 관계성 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아동 학대, 데이트 폭력, 직장 내 위력에 의한 성범죄 등은 이미 심각한 사회적 범죄로 자리 잡았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신고를 포기하거나 중도에 철회했다. 이유는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관계가 끊어졌을 때 감당해야 할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까지 두려워 한다.
관계성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관계성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가정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은 ‘집안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확산해야 한다. 둘째,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가 중요하다. 임시 숙소 제공, 상담 지원, 법률 구조 서비스 등 피해자가 관계 단절 이후에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가해자 교정 프로그램의 실효성 확보도 필수적이다. 단순한 형벌보다 재범을 막는 교육과 심리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관계성 범죄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피해자의 삶을 깊이 파괴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관계성 범죄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적 영역의 문제로 바라보고,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
침묵을 깨는 것이 곧 예방의 시작이다./김은화 순경(고창서 경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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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8-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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