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9월 17일 14시17분
[오늘의 길목]보다 안전한 미래로 나아가는 길, 시나리오 기법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미래를 맞이하려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까. 미래는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한 개인의 차원에서 완벽한 대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 사회적 차원에서 대비를 준비해 가야 한다. 또 미래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 영향을 미치며 전개되기 때문에 각각의 요인들이 어떻게 전개되고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그 결과도 다양하여 한 가지 모습으로만 특정할 수 없어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으로 ‘시나리오 기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 기법이란 미래는 이런 모습일 수도 있고, 저런 모습일 수도 있다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놓고 각각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이야기 형태로 만들어 두고 실제 상황이 닥치면 미리 작성해 둔 스토리 중 가장 상황에 가까운 스토리를 꺼내 즉각 대응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보자. AI가 발전을 지속한다면 그로 인해 변화되는 미래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시나리오 기법을 활용한다면 크게 세 가지 상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AI 기술을 인간이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사회가 크게 번영하는 상황이다. AI가 인간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조력자가 되어서 의료 현장에서는 AI가 조기 진단을 도와 질병치료를 쉽게 하고, 교육에서는 개인 맞춤형 학습으로 누구나 잠재력을 발휘하게 도와주고,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자산을 골고루 인간에게 분배하는 기본소득 같은 경제적 안전망이 생겨나 인간은 단순 노동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다. 가장 바람직하게 기술을 활용하여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어낸 경우인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펼쳐갈 사회적 전략은 AI기술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더욱 강화하여 AI를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확립하며, AI가 보편적인 공공의 기술이 될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AI기술을 몇몇 기업이나 나라가 독점하고 그 성과를 특정한 계층이나 그룹이 전용하는 상황이다. AI를 기반으로 사회가 운용되지만 AI기술이 누구나 쉽게 보편적인 기술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AI를 손쉽게 다루는 소수는 엄청난 부를 손에 쥐게 되지만, 대다수는 AI기술로 구현되는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일자리를 잃고 불평등에 시달리게 되면서 사회적 불만과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예견된다면 우리는 AI 기술을 특정 국가가 독점하지 않도록 국제적인 규범을 만들고, 특정 기업이나 전문가 그룹이 기술을 독점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며, AI기술로 발생하는 사회적 부를 전체 사회로 적절하게 분배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해 가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AI기술과 인간사회가 적절하게 협력하는 것에 실패한 경우이다. AI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대규모 실업사태가 생겨나고, 왜곡된 데이터를 남발하여 사회적 규범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공동체의 가치 기준을 흔들어 대는 등 AI가 인간사회를 공격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AI 사용을 금지하자는 반(反)AI 시위가 펼쳐지는 등 AI기술 친화세력과 기술 저항세력으로 갈라져 사회적 혼란에 빠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AI와 관련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갈 민주적 거버넌스를 강화하여 국제적 협력을 통해 AI의 사회적 위협을 사전에 제거해 가야 한다.
이런 세 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가능성일 뿐 당장의 현실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라는 말처럼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이다. 지금 크게 염려되는 것은 AI기술 발전 말고도 대응을 준비해야 할 사회적 위험요인들이 너무나 많은데 각각의 요인들이 펼쳐낼 미래에 대해 국가나 자치단체 등이 잘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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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9-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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