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18일 14시48분
[온누리]역사로부터의 교훈- 팍스로마나(Pax Romana)와 마가(MAGA)
로마 제국의 팍스로마나는 ‘무력으로 지킨 평화’를 의미한다. 로마는 지중해 세계를 군사적·경제적으로 장악하며 안정과 번영을 누렸지만, 이는 결코 상대방의 자율적 동의가 아닌, 강자의 힘이 만든 질서였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역시 군사력과 경제력, 문화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제 질서를 지탱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은 더 이상 일방적인 세계 패권의 위치에 머물기 어렵게 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는 쇠퇴 위기 속에서 위대했던 과거 미국을 떠올리며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관세정책과 통상 압박, 이민자 장벽, 동맹국 방위비 압박은 그 대표적 수단이다.
일본의 무역협정은 미국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반영한 결과였으며, 한국 역시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서 일방적 관세 압력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행태는 팍스로마나와 닮아 있다. 로마가 피지배 지역의 의사를 존중하기보다 제국의 질서를 강제한 것처럼, 미국 역시 다자규범보다는 자국의 산업 보호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차이점도 존재한다. 팍스로마나와 팍스아메리카나는 실제로 일정한 안정과 질서를 제공하였지만, MAGA는 정치적 구호와 정책적 시도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협력의 틀을 유지하되,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자율적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전략으로 맞서야 할까?
첫째, 다자무역체제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 WTO 분쟁 해결 절차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양한 협력체에 참여함으로써 미국의 일방주의적 조치를 국제 규범 속에서 견제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이 가진 반도체·배터리·AI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급망에서 경쟁력을 더 갖춰야 한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셋째, 관세 압력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시장 다변화와 산업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유럽, 동남아, 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경제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는 종종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팍스로마나와 팍스아메리카나, MAGA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제국의 힘은 영원하지 않으며, 변화의 파도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켜내는 전략적 유연성이야말로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는 길이라는 점이다.
/오승옥(마을활동가·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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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9-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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