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9월 22일 15시13분
[경제와 미래]새만금, 국가 전략사업 ‘식량콤비나트’로 도약해야
콤비나트란 기업, 연구기관, 관련기관이 한지역이나 인근에 집적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복합조직체를 뜻한다. 덴마크 후드베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연구소·정부기관이 밀집해 서로 돕고 특성을 공유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국제적인 교류를 통하여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 세계 여러 곳에 비슷한 집단이 구성되어있으며 운영효율을 높여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 하고 있다. 새만금사업이 지향할 하나의 좋은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부족한 곡물을 매년 1,600만~1,800만 톤씩 수입하고 있다. 밀, 옥수수, 콩이 주류이며 주로 식품가공용 원료, 사료, 산업용으로 쓰인다. 이들 수입곡물은 부산·인천·평택 등 항구에서 하역된 뒤 수요처인 전국에 산재한 공장으로 운송되면서 물류비와 부대손실이 발생한다. 게다가 일부는 가공 후 다시 먼 거리 항구까지 수송 후 선적된다. 대표적 예가 라면이다. 항구에서 이송된 밀을 제분 후 다시 먼 거리에 있는 공장으로 이송, 가공 후 다시 수출 항구로 수송하고 있다. 이제 전체 수입곡물의 운용․처리방식을 바꿔야 한다. 항구에서 집하·저장·가공·수출까지 한곳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체계’를 구축한다면 물류비 절감과 경쟁력 제고는 물론 수입곡류의 비축기지화 하여 식량안보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새만금은 이러한 식량콤비나트의 최적지다. 광활한 부지, 배후에 농업기반,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전용항만 구축도 예정돼 있다. 곡물전용 부두를 마련해 뉴메틱 시스템으로 곡물을 하역하고, 사이로에 비축한 뒤 현지에서 제분·추출·조합 가공을 거쳐 식품, 사료, 바이오소재로 생산한 후 일부 국내소비를 제외하고 대부분·수출한다면 동남아를 넘어 세계 식품시장 주도권 확보도 가능하다.
식량 콤비나트는 단순한 가공단지가 아니다. 수입과 사용을 연계하는 시스템이다. 즉 밀은 제분해 빵·라면·국수 등 간편식으로, 옥수수는 전분·당류·에탄올·바이오플라스틱으로, 콩은 두부·식용유·대체단백질로 수입현지에서 가공된다. 부산물은 사료와 바이오에너지로 재활용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한 지역에서 수행된다. 이 단지는 곡물의 단순가공을 넘어 식품·바이오 융합산업을 견인하는 성장축이 될 것이다. 이미 세계 주요 곡물기업들은 산지 인근에 콤비나트를 설치해 물류비를 최소화하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관점은 식량안보다. 국제 공급망 불안이 상시 화된 지금, 일정량의 곡물을 국내에서 비축하고 이를 가공·수출까지 이어가는, 국가 식량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야한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기업 유치활성화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나아가 곡물비축·가공 허브로 도약, 한국이 동남아 식량비축, 가공을 집적화하는 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만금을 세계적 곡물 허브로 도약시키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우선 곡물전용 항만을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식품산업과 식량비축의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 경제성이 결여된 신 공항 허구를 접고, 실현 가능한 계획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동안 새만금이 지체된 이유는 뚜렷한 목표가 정립되지 않았고 실행력 부족이었다. 지금이야말로 국가 차원의 선도투자, 인프라지원, 제도개선으로 민간기업이 스스로 참여할 여건을 마련하고 지역민과 기업, 정부가 힘을 모은다면 새만금은 대한민국 식량안보의 심장이자 세계적 식품·바이오 산업단지로 거듭날 것이다./신동화(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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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9-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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