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9월 23일 13시40분
'자연 풍광에 雪레다’
전주 서학동사진미술관, 기획 초대전 이홍규의 ‘고요의 순간들’
18회 개인전으로 마련, 겨울 그림, 그 가운데 소품 위주의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한지와 수묵을 매체로, 밤새 내린 흰 눈이 세상의 어둠과 흠결을 덮어주듯 편안함과 고요를 느끼고 나눌 수 있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절제된 여백과 담백한 터치 안에 섬세함을 포착한 담백한 수묵 풍경을 선사, 설원의 풍경을 오롯이 담고 있다.
작가는 자연의 모습을 절제된 빛과 색채로 표현해 자유롭고 감각적인 작품 세계를 구현했다.
전통한지와 수묵을 기본으로 여백을 충분히 살려낸 설경 작업에 힘쓰고 있는 작가는 어느 겨울날 차를 타고 스치듯 지나쳐버리는 흔한 풍경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고 곱게 쌓여있는 정갈하면서도 맑은 눈을 바라보면서 바쁜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삶의 여유로움과 마음의 안정을 느껴보는 내용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자연의 풍경과 모습을 담백하고 절제된 빛과 색채로 표현, 따뜻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정갈하고 담담한 먹빛이 주는 아득한 풍경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주위를 돌아보게 하며 무심히 지나쳤던 세월 속에 순간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숨 막힐 듯 답답하고 무기력한 일상에서 나무들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 눈 쌓인 숲속의 바람 소리, 텅 빈 들판의 허허로움은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될 터이다
풍경 작업에 있어 화면을 정성들여 담아내는 것은 작가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난 2008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정성껏 피사체를 관찰하고 묘사하는 작업에 고정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 왔던 그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더욱 와닿는다.
이 전시는 실제의 장소지만 현실과 상상의 모습으로 그에게 다가온 겨울 풍경들이 펼쳐진다.
작가의 작업은 실경의 기본 덕목에 잘 부합하는 진지한 표현과 현장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주변의 풍광들을 그려내고 있으며, 원근을 구분하고 명암을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등 수묵 자체의 분방하고 경쾌한 복합적인 작품을 풀어내고 있다.
또, 표현에서 전통과의 일정한 연계를 확보하면서도 자신이 속한 시대와 공간을 표현하고 있으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각과 표현을 통해서 수묵의 멋을 전한다.
반복적인 수묵의 집적을 통해 진행되는 눅진한 적묵(積墨)의 깊이와 무게를 지니고 있는 실경 작업, 분방한 필묵의 경쾌한 속도감이 두드러지는 작업, 철선묘(鐵線描)를 연상시키는 강단 있는 필선으로 대상을 개괄해 표현해 내는 작업까지 다채로운 표현의 미학을 살려 작품 속에 담아냈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숨김없이 솔직하고 편안하게 관람객의 마음을 꿰뚫는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 감성과 기분을 담아 풍경을 그려내기 위해 몰두해온 그의 시간이 켜켜이 쌓였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연히 마주친 풍경들을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무형의 느낌들이 마음을 자극하며 다가올 때가 있다”면서 “하늘에 천천히 떠다니는 구름이나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들 그런 바람에 흔들거리는 나뭇가지와 부딪히는 소리들 밤하늘을 가득채운 달의 느낌 등 감성을 자극하며 그때의 기억이나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작가는 전주대 미술학과와 동 대학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 18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2010년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2013년 김치현미술상 청년작가, 2016년 신진예술가지원사업 작가 등에 선정, 2023년 15회 전북청년미술상을 받았다.
전북도립미술관, 인천시립 미추홀도서관, 대구은행, 교동아트미술관, 우진문화재단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현재 우진청년작가회, 아트그룹 아띠에서 활동, 전주교육대 미술교육과에 출강하고 있다./이종근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9-24 12면
http://sjbnews.com/860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