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28일 14시24분
[온누리]그린란드
이누이트족은 4,000년 전 아시아에서 베링해협을 건너가 캐나다에 거주하다가 그린란드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을 보통 ‘에스키모’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작 이누이트족은 에스키모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야만성을 드러내려는 서구인들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여긴다.
10세기경 로드딕 바이킹들이 고래를 잡으러 그린란드로 와 정착촌을 꾸렸다. 1791년 덴마크와 노르웨이 연합왕국의 한스 에게데 사제가 바이킹들을 선교하기 위해 찾아 왔으나 어찌 된 일인지 바이킹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누이트족을 크리스천으로 개종시킨다.
한스 에게데는 선교를 넘어 ‘베르겐 그린란드’라는 회사를 차려 이누이트족의 지배자가 되었다. 이때부터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식민지가 된다. 한스 에게데가 통치했지만, 덴마크 왕실은 그에게 전권을 주지 않았다. 왕실 소유의 ‘로열 그린란드 무역부’를 두고 순록과 물범 가죽, 밍크 모피 등의 무역을 독점했다.
1953년 식민지를 벗어나 덴마크의 영토가 됐다. 아누이트족이 덴미크인이 된 것인데, 실제 그린란드 사람들은 덴마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문화와 인종도 다를 뿐 아니라, 300년간 수탈을 당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린란드 물품의 60%는 덴마크를 통해 구입해야 한다. 식민지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증거이다.
덴마크 정부는 1960년대 후반 전대미문의 정책을 편다. 출산을 막기 위해 건강검진을 빌미로 동의 없이 그린란드의 여성들의 자궁에 피임 장치(IUD)를 삽입한 것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통제가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30년간 4,500명의 여성이 반인권적 시술을 당했다. 지난해 그린란드 여성이 덴마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면서 이 사건이 공론화됐다.
어쩌면 트럼프는 이런 정서를 파고들려 했을 것이다.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공언했다. 그린란드가 전략적 요충지일 뿐 아니라 히토류와 니켈, 우라늄 등 광물 매장량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에 덴마크가 발끈하고 나섰다. 자신의 영토에 대한 야욕에 공분한 것이다. 그린란드인들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자신들의 땅에 덴마크와 미국이 ‘된다’, ‘안 된다’ 하는 꼴이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그린란드를 찾아 피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화해 기금’도 조성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그린란드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남의 땅을 빼앗아 수탈하는 자들의 행태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야만적이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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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9-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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