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9월 29일 14시30분
[경제와 미래]안전 혁신! 한국이 나가야 할 길!
먼저 글로벌 제조업의 표본으로 꼽히는 도요타를 보자. 도요타는 ‘안전은 품질의 일부’라는 철학 아래,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 과정에 안전 표준을 내재화했다. 현장 노동자들이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누구든 생산라인을 멈출 수 있는 ‘안돈(Andon) 시스템’은 안전과 품질을 동시에 담보하는 대표적 제도다. 단순한 절차적 안전 규칙이 아니라, 조직문화로 안전을 뿌리내린 사례다.
독일의 지멘스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멘스는 글로벌 사업장에서 ‘Vision Zero’ 캠페인을 전개하며, 모든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정책화했다. 특히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 안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현장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한다.
산업안전보건을 단순 규제 준수가 아니라 ‘기술 혁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국가 차원의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스웨덴의 ‘비전 제로(Vision Zero)’ 정책은 세계 안전 관리의 교과서다.
1997년 교통안전 정책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인간은 실수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 위에서, 제도와 시스템이 치명적 결과를 방지하도록 설계되었다. 덕분에 스웨덴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최저 수준이다.
싱가포르 역시 ‘Workplace Safety and Health 2028’ 로드맵을 통해 기업이 안전을 단기비용이 아닌 장기경쟁력으로 보도록 유도했다. 특히 건설업에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IoT 기술을 적극 도입, 사고 발생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와 비교할 때, 한국의 현실은 냉혹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대형 건설현장과 제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기업들은 잠재적 살인자로 인식하게 하는 폐쇄적 법적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안전을 경영 핵심 가치로 승화시키는 기업의 안전문화는 정착되어 가는 단계를 걷고 있다. 안전은 규제 강화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근로자의 선진화된 안전의식과 풍부한 재해 예방 교육 수준은 매우 필요한 요소다.
문화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도요타의 사례처럼, 현장 노동자가 ‘멈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지멘스처럼 데이터 기반의 예측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스웨덴처럼 ‘인간은 실수한다’는 전제 위에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싱가포르처럼 안전을 국가 경쟁력의 축으로 삼아야 한다.
중대재해는 더 이상 특정 기업이나 업종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구조적 위험이다. 기업이 이윤을 우선시하는 순간, 그 대가는 목숨이라는 가장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이제 우리는 세계적 모범사례를 단순히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한국적 맥락에 맞게 실천해야 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 그것이야말로 중대재해 예방의 첫걸음일 것이다./배문철()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9-30 6면
http://sjbnews.com/8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