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29일 16시41분
[온누리]익산, 고도가치공유회
지난주 목요일, 익산세계유산센터에서는 뜻깊은 만남이 있었다. 고도 경주와 고도 익산의 주민 70여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익산시가 주최하고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주관하는 고도육성아카데미 심화과정에서 마련한 고도가치공유회이다.
2004년 고도보존특별법에 의해 고도로 지정된 경주 등 4개 고도와 지난해 새로 지정된 고령에서는 지역주민 대상 고도육성아카데미가 운영된다. 2011년부터 국가유산청과 고도지역 지자체가 고도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는 주민교육프로그램이다. 중간에 잠시 중단되었던 것을 제외하면 올해로 13년차가 된다.
올해 하반기 익산고도육성아카데미에서는 경주와 익산, 두 고도지역 주민간의 이해를 증진하고 고도의 가치와 고도 주민으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우선 강의를 통하여 상대 고도지역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이해한 후, 현장 탐방을 통해 고도의 현황을 좀 더 깊이있게 알아가는 방식이다. 경주고도 주민들은 온라인(유튜브)으로 익산 아카데미 강좌를 시청하여 고도 익산에 대한 선행학습을 마친 후, 익산 세계유산과 고도 현장을 탐방하며, 익산 아카데미 수강생도 공부 후 고도 경주를 탐방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주에는 경주 고도 주민 40여명이 익산을 찾았고, 익산 탐방 일정 중, 짬을 내어 익산세계유산센터에서 익산고도육성아카데미 수강생들과 도킹한 것이다. 경주와 익산은 오랫동안 자매결연도시였기에 두 도시간의 교류가 다양하게 있어왔지만, 고도육성아카데미에서 고도 주민간 만남은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었기에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사뭇 긴장되면서도 뜻 깊은 자리였다.
경주는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으며, 고도 지정 이후에는 황리단길로 대표되는 변화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경주 고도주민들이 전해주는 다양한 경험은 향후 고도 익산을 활성화해 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고도주민간에는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는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눈길을 끈 것은 경주고도지구에 살고 있다는 주민의 특별한 당부였다.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것은 번듯한 새집과 넓은 도로, 깨끗한 맛집이 아니라 구불구불 들어가는 골목길과 옛 모습이 살아있는 담장과 지붕 같은 것들이니 너무 한꺼번에 새것으로 바꾸지 말라는 당부였다.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 중에는 오히려 실망감을 안고 가는 경우도 종종 봤다는 것이다. 익산 고도는 이제 본격적으로 변화를 시작하고 있으니 옛 모습을 살려나가는 데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거듭거듭하였다.
서로의 고민과 당부를 듣다보니 이 만남을 기획한 목적이 절반은 달성된 것 같아, 바쁜 시간을 쪼개어 700리 먼길을 찾아와 준 경주분들에게 참말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10-01 6면
http://sjbnews.com/861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