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0월 01일 15시41분
[오늘의 길목]“취미” 나를 찾는 여정
에리히 프롬은 인간을 “소유하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하는 존재로 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평소 직장생활을 할 때는 지위와 명예, 연봉, 성과 등을 소유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의 삶은 그것들을 모두 내려놓은 채 자신으로 “존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다. 소유에 집착하면 그것을 잃었을 때, 불안과 공허에 빠지게 된다. 직장에서의 지위나 명함이 사라지면 자신의 존재감마저 흔들리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집중하는 삶은 외부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프롬은 이를 “세계와 하나가 되는 실존 양식”이라고 표현하며 자발적이고 생산적이며 내면적 성장을 이끈다고 설명한다. 쇼펜하우어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유의 무게를 줄이고, 이미 가진 것에서 만족을 찾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고독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취미는 자기와의 깊은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취미는 이러한 공허를 메우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새로운 자아를 설계하는 실천의 장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처럼 어떤 활동에 온전히 빠져드는 경험은 삶에 활력을 주며, 독서. 그림. 음악. 요리. 운동 등의 취미활동을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갔는지도 모르게 만들며, 인생의 즐거움과 삶의 근본 동력을 되찾게 하는 고마운 친구로 변신하게 된다. “친구의 우정은 풍요를 더 빛나게 하고, 풍요를 나누고, 공유해서 역경을 줄인다”고 한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작가인 키케로의 말이 떠오른다. “취미”라는 친구와 나누는 우정의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함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자유롭게 취미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은 삶의 경험이 다양하고 삶의 여백에 같은 주제로 채색하기 위해 모인 진정한 벗의 모델이기에 생각의 깊이를 소통하며 의기투합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로 발전되어 지속가능성과 실존적 의미를 부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취미는 일상에 긍정적인 순환구조를 만들어 내는 연결고리로 매우 중요하며, 건전한 취미는 가족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선순환 기능까지 하게 된다.
집에서 T.V만 보는 것보다 나를 찾아가는 좋은 취미생활을 즐긴다면 자신의 정신과 육체에 활기가 돌고, 지켜보는 주변 사람에게도 긍정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고 한다. 취미는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존재 의미를 건네주고 정체성을 부여하는 실존적문제로 좋은 취미생활은 존재의 재구성과 자기실현, 사회적 관계의 재편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품격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즐겁고 좋아서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진정한 열쇠라고 생각하며, 취미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고 “무엇을 좋아 하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찾는 여정이며 나의 존재의 질문에 답하는 첫걸음이다. 취미로 뭉쳐진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워오라는... 우리 중창단 친구들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기분 좋은 하루였다. /안승현(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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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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