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0월 01일 15시42분
[온누리]진심을 담은 사과, 새로운 길을 연다
상품 홍보는 내 인맥으론 역부족이었다. 인근 자영업자들에게 자문을 구했고, O 유통 기업 대표가 우체국쇼핑에 혼합잡곡세트를 제안하라고 조언했다. 우체국 담당자와 논의한 결과, 명절 선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유통을 시작했다. 처음엔 슬라이드 기프트 상자로 판매했다. 반응은 엇갈렸다. 다양한 기능성 쌀을 소량씩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호평이었지만, 상자가 기울어지면 내용물이 쏟아지는 단점이 있었다.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포장 디자인과 내구성을 개선했고, 소비층도 점차 넓어졌다.
성장 과정엔 시행착오가 따랐다. 명절 시즌 주문이 폭주했다. 처음엔 고객 관점보다 비용 절감에 치중했다. 동료들과 논의 끝에 선물세트를 에어캡으로 포장해 발송하기로 했다. 경험이 부족해 괜찮은 방식이라 여겼다. 일부는 박스로, 일부는 에어캡으로 발송했다. 추석을 앞둔 8월 말, 배송이 시작되었다. 여름 끝자락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택배에 도전이었다. 비가 자주 내려 기상 예보를 확인했지만, 예기치 못한 폭우가 문제였다.
한 고객이 선물세트 세 개를 주문했다. 무게가 가볍다고 판단해 에어캡으로 포장해 보냈다. 하지만 도착 날 폭우로 상품이 젖어 사용할 수 없었다. 고객은 불만이 담긴 리뷰를 남겼다. 부족한 경험에서 비롯된 실수였다. 즉시 전화해 사과했다. 처음엔 화가 나셨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전하자 마음을 열어주셨다. “고객 의견을 반영해 포장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후 고객은 “판매자가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해줘 고마웠다”는 리뷰를 추가로 남겼다.
이 일을 계기로 포장을 전면 개선했다. 단단한 재질 박스를 도입하고, 내부 내용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상품사이즈에 맞게 제작 했다. 명절 시즌엔 기상 예보에 맞춰 배송 일정을 조정했다. 이런 노력은 고객 신뢰로 이어졌다. 그해 O 유통 기업의 온라인 판매 최우수 판매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실수와 오류는 있었지만, 진심 어린 사과와 개선이 그 역사를 만들었다.
판매자와 소비자는 끊임없이 만난다. 내가 무엇을 파는지보다,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진심으로 대하면 신뢰가 쌓인다. 내가 대접받고 싶다면 상대도 그렇게 대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인연이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도 진심이 담긴 작은 노력이 더 나은 관계와 지역 사회를 만든다는 점을 느꼈으면 좋겠다./최정미(고흥 해맑음농업회사법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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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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