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0월 18일 20시28분
[온누리]캄보디아와 범죄
서기 1세기부터 메콩강 유역 델타 지역에 들어선 후난 왕조와 첸라 왕조가 캄보디아 고대국가이다. 인도의 영향을 받아 힌두교를 믿었다. 802년 자야바르만 2세가 스스로 신왕(神王)이라 칭하며 앙코르왕조를 열었다. 앙코르와트를 건설하기도 한 크메르 민족 황금기로 600년이 넘게 왕조가 이어졌다.
이후 베트남과 태국이 번갈아 가며 캄보디아를 지배했다. 양국에서 벗어나려 1863년 자진해서 프랑스 보호령으로 들어갔지만 결국 식민지가 된다. 약소국을 대가 없이 도와주는 강국은 없다. 국제 질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냉엄하다. 동양 패권을 노리던 일본이 나서 1945년 독립을 선언하게 한다. 프랑스에서 벗어나면 자신들이 지배하려는 의도였다.
195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으나, 1970년 론놀 장군이 공산주의자들을 탑압하는 쿠데타를 일으켜 크메르공화국을 수립했다. 그러나 5년 후 폴포트는 공산주의자들을 모아 혁명을 일으킨다. 이들 크메르 루즈가 캄보디아판 홀로코스트를 주도해 무려 200만 명을 학살했다.
끔찍한 킬링필드 이후에도 정치적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 만큼 발전도 더디다. 현재 캄보디아의 1인당 국민소득 1,500달러로 세계 128위이다. 한때 동남아를 호령했던 앙코르 왕조의 후예치고는 너무 초라한 실상이다. 정당성이 없는 정권은 부패와 무능으로 이어진다.
범죄조직과 정치 권력을 손잡은 범정유착은 캄보디아를 범죄자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사기로 벌어들인 돈이 국가 GDP의 절반이나 된다.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프린스 그룹이 사기와 인신매매 등 반인륜적 범죄로 성장했다는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자 영국과 미국이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에 나섰다.
캄보디아만을 탓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 국민도 가세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범죄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지옥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폭행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취업이 어려워 고민하다 ‘힘들이지 않고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길이 있기는 할까?
엊그제 정부가 특별기를 보내 범죄자들을 국내로 송환한 사상 초유의 일이 있었다. 그러나 먼저 돌아다 봐야 할 것은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을 범죄의 나라로 내몬 것은 아닌지 이다. 청년에게 희망이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논쟁보다 먼저 청년들이 꿈을 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캄보디아 국기 앙코르와트 배경은 불의에 대한 투쟁을 상징한다는 붉은색이다. 불의와 정의를 구별할 줄 몰라서 그 나라는 범죄 국가의 오명을 쓰고 있을까? 정치권의 자성이 아쉬울 따름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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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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