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0월 21일 13시47분
[온누리] 농어촌 기본 소득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전북 순창,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7개 군이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어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이들 지역을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 주민에게는 매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이 내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지급된다. 재원은 국비가 40%이며 나머지는 해당 도와 군에서 부담해야 한다. 전국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을 대상으로 한 이번 공모에서 순창군은 8.2대 1의 높은 경쟁률 뚫고 시범 사업지에 포함됐다. 공모 사업지로 선정된 순창군에는 국비 389억원을 포함한 973억원이 투입된다.
'기본소득'이란 개념은 예전부터 경제학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실제로 기본소득 실험이 활발해진 건 2010년대부터다. 2010년대 중반 핀란드ㆍ네덜란드ㆍ스위스ㆍ캐나다 같은 나라와 미국의 일부 도시가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하거나 일부 시행하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제도란 무엇인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정의를 가져오면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그리고 자격심사나 노동의무 등 어떠한 조건 없이 정기 지급하는 일정 액수의 현금’이다. 기본소득이라 하면 지급하는 현금을 가리키지만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하기도 한다. 기본소득의 보편성, 개별성, 무조건성은 기본소득과 다른 제도를 준별하는 특징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조건성이다. 즉 기본소득의 과도기적 도입 과정에서 다른 특징을 누그러뜨리더라도, 무조건성은 지켜야 그것을 기본소득이라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청년 기본소득’처럼 보편성을 완화해 특정 인구집단에게 실시할 수 있지만, 그 집단 내에서는 조건 없이 제공해야 기본소득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공모에, 전북에서는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고창, 부안, 7개 군(郡) 전체가 신청했다. 이 사업의 문제는 사업 예산 중 지방비 분담률이 60%로 너무 높다는 데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에서 국비 분담 비율을 대폭 상향하는 게 맞다.
기존 사회보장제도가 빈곤과 불평등에 대처하는 데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본소득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인권을 지키는 수단이며,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자원의 이익을 합리적이고 정의롭게 나누는 분배 방식이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적 투자와 연계, 지속가능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루는 해법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고 국가 혁신과 미래 전환을 구상할 수는 없다.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곧 기본소득 대한민국을 향한 모색과 토론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업의 핵심 취지가 ‘소멸위험 지역 지원’에 있다는 점에서, 인구감소율이 높은 일부 군이 제외된 것은 한계로 보인다. 이제 농어촌을 단순한 복지 사각지대가 아닌, 국가균형발전의 출발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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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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