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상래 - 2025년 10월 27일 08시19분
인류 건강 지키는 ‘식물 천연물’
농촌진흥청 식물소재바이오공학과 이샛별 농업연구사
대표적으로 주목 나무에서 발견한 탁솔은 난소암과 유방암 치료제의 핵심 성분이 되었다. 개똥쑥에서 얻은 아르테미시닌은 말라리아 치료에 혁신을 가져왔다. 버드나무 껍질의 살리실산은 해열‧진통제 아스피린으로 발전했고, 디기탈리스에서 추출한 디곡신은 심부전 치료제의 원료로 쓴다. 인삼의 진세노사이드는 면역력 강화와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고, 녹차의 카테킨은 심혈관 건강과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다. 포도 껍질 속 레스베라트롤은 노화 억제와 혈관 보호에 좋다. 이처럼 식물 천연물은 암, 감염병, 심혈관질환부터 면역‧노화 관리까지 현대 의학과 건강관리를 위한 핵심 자원으로 쓰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식물 천연물은 직접 식물을 재배하고 추출해서 얻어 왔으나 기후와 환경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고 개체 수가 줄어드는 등 안정적인 공급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식물 천연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식물 유전자를 조절해 목표 성분의 축적을 극대화하는 ‘식물 대사공학’, 시험관에서 식물 세포를 배양해 원하는 성분을 대량 생산하는 ‘식물 세포 공장’, 미생물이나 식물에 복잡한 대사경로를 도입하거나 최소화하여 고부가가치 성분을 생산하는 ‘합성생물학’, 그리고 특정 성분이 풍부한 기능성 작물 개발에 활용하는 ‘유전자가위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들 기술로 주목 세포주에서 탁솔이, 인삼 배양근에서 진세노사이드가 생산됐으며, 보라색 토마토가 상업화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오늘날 인류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환경오염, 자원 고갈이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식물 천연물의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합성생물학’ 기술로 식물에서 혈관강화제 ‘디오스민’과 항산화제 ‘크리소에리올’ 소재를 성공적으로 생산하면서 식물 천연물 생산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물 천연물 연구와 생산 기술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힘이 되는 동시에 농업과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앞으로 자연의 지혜에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더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식물 기반 천연물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더욱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은 여전히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화합물을 만들고 있다. 아직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식물 천연물들은 새로운 치료제나 건강 소재로 발전할 잠재력을 지녔다. 이 소중한 자원을 어떻게 탐구하고 지혜롭게 활용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이는 미래 인류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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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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