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1월 05일 14시43분
달항아리에서 만다라까지 만난다
유승옥, 나주 여천갤러리에서 초대전
21번째 개인전으로, 달항아리에서 만다라, 윤회까지 작가가 그동안 추구해온 작가들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작가는 전통적 소재—예컨대 ‘달항아리’나 ‘일월도(해·달·구름)’ 등—를 모티프로 삼아 그 형태를 새롭게 재해석한다.
그의 그림은 “호방하고 일필휘지 같은 터치”, “우화적이며 상징성 짙은 얼굴모습”, “전통 민화의 이미지 차용” 등의 특징이 있어, 전통성과 현대성이 융합된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대학 시절 의식적인 표현주의 경향은 이후 역사적, 사회적 구조 속 인간사의 관심으로 나아갔고, 이는 자연스럽게 민족적 내면의 근원을 찾아 일월오봉도, 축제, 오방색, 민화, 윤회 사상, 민속적인 강강술래, 항아리 등의 한국적인 소재를 단순화하고 평면화된 구성과 보편적인 서정적 감수성으로서 승화시켰다.
다시 말해 일련의 작업은 표현에서 물질로, 이성 논리에서 표상적 감성으로 민족적 소재를 통한 모더니티 즉 한국적 추상을 찾고 읶다.
작품 속에는 군무의 역동성, 곡선미, 조형적 파격미, 나이프 작업으로 마티에르(표면 질감)를 살린 기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나이프 작업으로 나타나는 표면의 질감 변화, 붓 터치의 속도감, 색채 대비 등이 작품의 생명력을 크게 좌우한다.
작가가 전통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하고 변형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그러므로 ‘형태’뿐 아니라 ‘흐름’, ‘감정’, ‘리듬’ 같은 요소에도 주의를 기울이면 감상이 더 깊어진다.
최근에는 비구상·추상 쪽으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체적 전시 맥락에서 최근 몇 년간 주요 모티브이자 주제로서의 달항아리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직관을 향해 출발했다. 이번 전시는 작업세계에 있어서 분기점이자 하나의 실험적 시기를 맞이한 셈이다.
‘윤회’라는 전시에서 초신성 같은 광원 이미지, 반복되는 패턴, 즉흥적 붓질과 나이프의 조형적 흔적 등을 선보이기도 한다.
무수한 파편으로 흩어진 색면은 곧이어 순수한 빛의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오행 사상과 오방색의 은하수로 환원되고 캔버스의 평평한 표면을 우주 만물의 기운 변화가 가득한 대(大) 우주적 만다라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시나브로, 무한히 변형된 끝없는 공간에서 율동적인 색면 진동은 논리적이면서 실체적인 특성을 잃고 새로운 생명체의 조형적 형상으로 무제한 증식하고 부유하며 선회한다.
작가 스스로 “그림이란 손의 기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출발해 정신의 손과 눈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하며, 형태 이면의 정신성, 감정 흐름 등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작가는 21회( 서울. 전주. 광주.나주)의 개인전을 가졌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 , 전북미술대전심사및 총운영위원 등을 역임,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한국미협)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상형전, 색깔로 만난 사람들 등의 동인전에도 소속. 작품을 내고 있다.
5일 오후 5시엔 작가와의 만남이 열린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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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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