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1월 05일 15시56분
[달그락달그락] 작은 틈에서 시작된 큰 변화
-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에서 2025년 달그락프로젝트 결과발표회 열려
지난 10월 18일(토) 군산시 청년뜰에서 2025년 ‘달그락프로젝트 작지만 확실한 변화’ 결과발표회가 진행되었다. 달그락프로젝트는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이 주최하는 청소년 지역 기여 프로젝트 활동이다. 이번 년도에는 약 50여명의 청소년이 참여하였다. 문화, 환경, 미디어 등 주제별 청소년 팀을 구성하여 각 전문가(마을멘토)를 만나 직접 배우고 정보를 취합했다. 여기서 배운 내용으로 각 팀별로 3개월여간 지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기획 및 진행했다.
글로장생팀은 군산의 아름다운 공간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직접 촬영하고 글을 써 엽서를 제작했다. 펄생펄사 팀은 수라갯벌과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탐방하고 굿즈와 영상을 만들었다, “미디어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문제의식으로 단편영화를 만들고 10대 미디어 평가 기준을 직접 세워 뉴스, 예능 등을 평가한 미디어팀, 독거 어르신을 찾아가 건강 간식과 치매 예방 영상을 전달한 따숨지기팀, 예방의학의 아버지 쌍천 이영춘 박사를 조사하고 책자를 제작한 어스토리까지. 청소년들은 ‘우리 지역’을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지켜야 할 공동체로 바라보았다. 그 과정에 마을 멘토들이 함께했다. 화가, 의사, 생태원, 교수 등 지역 곳곳의 어른들이 시간을 내어 청소년의 질문을 들어주고 경험을 나누었다.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서이다.
결과발표회 하루 동안 참 많은 장면을 보았다. ‘작지만 확실한 변화’라고 이름 붙였지만, 무대 위에 선 청소년들의 표정과 말들, 서로의 발표를 진지하게 듣는 눈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 변화는 ‘작다’고 말하기 어려운 순간들이었다. 독거 어르신을 위한 치매 체조 영상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하기 힘들었다거나, 미처 부족했던 자료, 직접 만들었던 기준 등 내용은 서툴렀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다른 청소년들과 멘토님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뒤에서 작은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달그락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년이 사회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작은 물음표 하나가 마음속에 생기면, 함께 고민할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그렇게 팀이 만들어진다. 팀은 지역의 전문가나 관계자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해를 넓힌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달그락프로젝트의 팀 활동은 어쩌면 조금 서툴고,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도하는 사람’이 되는 경험이다. 3개월 동안 자료를 찾고, 현장을 다니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고치고, 다시 해본다.
함께해주신 멘토들은 청소년들에게 지역의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지역을 바라고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독려했다. 김규영 멘토(군산 무지개 독서회) 팀별 활동에 하나하나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말이 많고, 빠르고, 과도하게 흥분했어요. 그만큼 좋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라는 후일담을 남겼다. ]
청소년들은 지금 뭔가 대단한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질문을 던지고, 기록을 남기고, 말을 건네는 청소년이 많아질수록 지역은 더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된다.
참여 청소년들의 소감을 물어보았다. 미디어 리터러시팀 강태건 청소년(16세, 남)은 ‘청소년들이 직접 사회적 문제인 스마트폰 중독을 주제로 단편영화를 만드니 재미있었다. 처음으로 단편영화를 만드니 색다른 경험이었다.’라고 말했고, 프로텍트(생태환경)팀 조정은 청소년(16세, 여)는 ‘활동을 통해 사람 몸보다 커버린 금붕어나 우리나라 토종 생물을 없애는 동식물들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생태계 보호를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을까?'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해외에서도 외래종 문제가 심각할 것이다. 그래서 생태계 보호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라며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언제나 아주 작은 틈, 작은 균열, 작은 흔들림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바로 그 틈이 시간이 지나면 ‘쩍’하고 갈라져, 새로운 길이 된다. 3년째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지만 늘 이런 순간들을 목격하고 있다. 더 나은 지역을 위해 오늘도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움직이고 있음을 믿는다. 그들의 활동은 단지 한 번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청소년자치연구소 정이한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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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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