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1월 06일 14시43분
[온누리]동초제 판소리와 K-컬처의 만남
지난 11월 2일 정읍연지아트홀에서 열린 제18회 동초제판소리보존회 정읍지부 기획공연은 그 맥락에서 의미있는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동초제 판소리를 중심으로 국악가요, 신민요, 창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전통예술이 오늘의 감각 속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와 단막창극 ‘화초장 대목’은 해학과 풍자의 미학을 통해 관객들에게 큰 재미와 함께 울림을 남겼다.
판소리는 청중이 모인 판에서 한 명의 창자(唱者)가 북 반주를 수행하는 고수(鼓手)의 장단에 맞추어 노래(창), 말(아니리), 몸짓(발림)을 엮어가는 종합예술로 ‘판’과 ‘소리’가 결합된 말이다.
조선 후기 서민층에서 발생해 양반층까지 향유된 독특한 예술 형식이다. 삶의 애환과 풍자를 담아낸 판소리는 1964년 국가무형문화유산 제5호로 지정되었고,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판소리는 전승 지역과 소리의 특성에 따라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등으로 나뉘며, 여러 유파의 소리를 집대성한 것이 동초제(東超制)이다. 동초 김연수 선생이 정리한 동초제는 동편제의 호방함과 서편제의 섬세함을 아우르며, 사설 전달의 명료성과 장단 운용의 정교함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현대 판소리 전승 체계의 근간을 이루며, 오늘날 판소리 교육과 무대 형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전통 판소리에 국악가요, 퓨전 신민요, 진도씻김굿, 전통북춤 등을 결합하여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판소리의 서사적 구조와 음악적 표현은 K-드라마, 영화, 대중음악 등 오늘날 한국 콘텐츠의 서사적 뿌리와도 깊이 연결된다. 이러한 융합은 전통예술의 보존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새로운 문화적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판소리는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전통의 깊이를 지키면서 현대적 감각을 품은 판소리는 K-컬처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그 울림이 한국인의 정서를 넘어, 세계 속의 새로운 예술의 언어로 자리하길 희망한다.
/오승옥(마을활동가.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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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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