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1월 19일 14시07분
매창이 죽을 때까지 가슴 속에 간직한 연인은 오직 유희경
부안서 제1회 매창·촌은 추념 학술대회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1545~1636)이 사랑하던 이매창(1573~1610)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다. 유희경은 천민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이자 당상관(가의대부) 벼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유희경은 기생 매창을 처음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예의지국’을 꿈꾸었던 유희경은 그 이전에는 기생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창을 보자 ‘파계’를 하고, 둘만의 사랑을 엮어갔다. 매창 역시 38세의 젊은 나이로 죽을 때까지 가슴 속에 간직한 연인은 오직 유희경뿐이었다.
‘이화우 흩날릴 제’ 제1회 매창·촌은 추념 학술대회가 21일 오후 1시 부안예술회관서 열린다.
매창과 촌은을 함께 조명하는 학술대회는 그동안 전국 어디에서도 열린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큰 의미를 갖는다.
1명의 기조발제와 4명의 주제발표가 있으며 매 주제발표마다 지정토론이 있다. 학술대회를 주최·주관하는 (사)호남고전문화연구원의 이사장이자, 기조발표를 맡은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의 주된 목적은 “촌은 유희경 선생과 매창 이향금 여사에게 오늘 날 그들이 서야할 자리를 마련해드리는 데에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송나라 때부터 사대부들이 서민들과 눈높이를 맞춰가며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노래를 사대부문학으로 수용했다.
명나라 때에는 양명학의 대두와 함께 서민문학이 성하였는데 조선만은 주희 성리학의 이념에 사로잡혀 상민이나 천민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풍토가 전혀 조성되지 않았다.
김교수는 바로 이같은 상황에서 천민인 촌은과 매창이 양반사대부들 못지않은 문학작품을 남긴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매창과 촌은을 어떻게 평가하고 예우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기조로, 4명의 발표자는 각기 촌은 유희경 선생과 매창 이향금 여사의 삶과 시에 대해 주제발표를 함으로써 그간에 산발적으로 이루어진 촌은과 매창에 대한 연구결과를 종합하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학술대회의 기저에는 시종일관 ‘조선시대에 신분의 차이로 천대받았던 이들 천민출신 문학가들을 이 시대에도 천대의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결코 안된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상민이나 천민들이 이룬 이른 바 ‘위항문학(委巷文學=閭巷文學)’의 가치를 양반 사대부문학 못지않게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조선 위항문학의 선구자였던 촌은 유희경 선생과 매창 이향금 여사를 추념하고 그들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는 이번 제1회 ‘매창·촌은 추념학술대회’는 두 사람에게 ‘선생’과 ‘여사’라는 호칭을 적극 사용하는 데에서부터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11-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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