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1월 19일 14시16분
[오늘의 길목]삶의 업데이트 인프라, 평생교육
평생학습이나 평생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중앙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보건복지부도 아닌 교육인적자원부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평생교육은 문화적 여가활용이나 즐거운 노후를 위한 복지서비스를 넘어 인간이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여 자신을 위해, 또 사회를 위해 안정적으로 적응해갈 것인지를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물론 교육과 학습활동이 충만한 기쁨을 주는 문화적 기능이 있음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습활동을 통해서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방법을 찾는 데에 있다. 앞으로 우리의 삶에 다가올 위기와 위협을 확인하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하면서 보다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지속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교육에서 찾지 못한다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기술의 변화 속도가 인간의 학습 속도를 추월한 지금, 우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이제 평생학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다. 평생교육은 취미생활을 위한 여가 프로그램 차원을 넘어 안정적인 생존을 위해 일과 삶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개인의 경쟁력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동력으로 그 위상을 높여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평생교육을 이해한다면 지금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평생교육체계나 학습프로그램을 크게 개선해가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평생교육을 한 인간의 인생 전 주기에 걸친 성장과정이자 업데이트 플랫폼으로 이해하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필요할 때 학습을 시작하고, 축적한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배움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인간 공동체를 형성하는 시대를 개척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평생교육을 지금처럼 정규교육의 보완장치 정도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견해이다, 교육은 특정 기간에만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니라, 인생 전 주기에 걸친 일상적 삶이 되도록 구성해 가야 한다.
평생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평생교육은 정책 시행의 우선 순위에서 보다 높은 순위에 있어야 한다. 특히 인구감소로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기에, 또 기술·사회·경제 변동의 격화로 지속적 삶이 위협받는 이 시기에 평생교육은 개인과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자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로 재정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전략으로는 미래의 평생교육이 어떻게 진화해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해가야 할 것인지를 사명으로 이해하는 평생교육 프로듀서를 발굴하여 육성하는 일이 최우선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공급자인 평생교육기관이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습소비자들의 학습요구와 시대적 필요성을 탐색하고 발견하여 어떤 주제를 교과과정으로 채택할 것인지, 또 채택된 주제를 어떤 학습과정으로 풀어갈 것인지, 또 학습과정에서 어떤 학습도구를 활용해 보다 효과적인 학습이 되도록 안내할 것인지 등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학습과정을 설계하며 학습도구를 조합해내는 프로듀서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식의 반감기가 급격히 짧아진 현재와 미래 사회에서는 평생교육의 중요성은 노동시장 재적응력, 사회적 포용성, 개인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의 평생교육 생태계가 과연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11-20 6면
http://sjbnews.com/865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