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1월 24일 16시07분
[기고]작은 새싹이 여는 농가의 큰 기회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가, ‘새싹작물’이다. 새싹작물은 씨앗을 심은 뒤 7일에서 20일 정도만 키우면 수확이 가능하다. 보통 수확까지 100일 이상 걸리는 일반 작물보다 재배기간이 짧아 생산 회전율이 높고, 예측 불가능한 기후의 영향을 덜 받아 관리 부담도 적은 편이다. 기간이 짧은 만큼 단일 작물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품종을 시도할 수 있어 틈새시장 공략에도 유리하다.
새싹작물을 재배할 때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하면 경쟁력은 한층 높아진다. 노지 재배는 고온, 냉해, 수해 등 기후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아 품질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새싹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 등으로 통제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품질의 균일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는 곧 ‘예측 가능한 생산’으로 이어지며, 안정적인 납품과 계약재배 같은 유통 구조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새싹작물은 기능성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종자는 발아 시 새싹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저장된 에너지를 활용해 항산화 물질 같은 2차 대사산물을 생산한다. 새싹 보리의 경우, 다 자란 보리보다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 물질이나 폴리코사놀과 같은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새싹작물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천연 의약품 원료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될 수 있으며, 고부가가치 창출의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 새싹은 ‘작은 채소’가 아니라 농가와 산업을 연결하는 기능성 원료로서 더 큰 잠재력을 품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국내외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의 화장품 기업은 ‘FarmHouse Fresh’라는 새싹 추출물을 원료로 한 스킨케어 제품 200여 종을 선보였고, 국내의 Farm8은 광주 첨단지구에 대규모 스마트 수직농장을 조성하여, 국립식량과학원의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간 기능 개선 새싹보리’를 재배·유통하고 있다. 이처럼 기능성 연구, 가공, 유통까지 연계된 시스템은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을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연결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새싹작물이 농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농가에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전통적인 농업이 자연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이라면, 새싹작물은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다. 짧은 재배기간과 통제 가능한 환경, 스마트한 관리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산업에는 고품질의 기능성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새싹은 더 이상 ‘작은 채소’가 아니다. 농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작지만 강한 해답이 될 수 있다./국립식량과학원 푸드테크소재과 농업연구사 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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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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