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1월 27일 14시12분
[기고]아름다운 죄
나는 사람을 처음 만나서 명함을 받으면 그분의 좋은 면을 먼저 찾아 느낌으로 말하고는 고향을 물어보고 또 사는 곳이 어딘지 물어본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그를 만나면 제일먼저 그 사람의 고향이 생각난다.
KBS에서 광복 80주년 기념으로 한국의 전설적인 가수가 음악회를 가졌다. 절제되고 깊은 강물처럼 서정적으로 호소하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그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영감을 내려준다.
그의 노래역사는 우리 모두의 젊은 날 추억의 역사와도 같다. 슬플 때 괴롭고, 환희가 느껴질 때에도 그의 노래는 우리에게 희망이었으며 행복한 위로가 되었다.
역설적인 단어를 적절히 음율에 맞추어 노래를 지으면 특별한 느낌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조용필이 노래한 "슬픈미소" 가 그렇고 '그 겨울의 찻집' 노래 속에서 "아름다운 죄" 가사를 보아도 제목에서도 아주 이해하기 힘든 서사가 그렇다.
한국의 대중가요가 발전하여 이제는 K- pop 이라는 장르로 그것도 지구 반대편에서까지 역동적인 한국어로 노래로 불려진다.
6,25 전쟁 이후로 국민들의 위안이 되었던 1세대 가수들은 거의 떠나고 이미자, 페티김, 나훈아, 남진, 조용필이 남아서 마지막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조용필은 가수 이전에 기타리스트였다. 처음은 보컬그룹으로 시작하였고 그의 서정적인 노래 가사는 물론 어느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감동의 대명사였다.
그의 노래와 시대적 환경은 진공관에서 디지털과 레이저 빔에 까지 이어진 세기를 넘어온 가장 한국적인 한(恨)이 서린 노래로 가요계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KTX를 타고 목포나 여수를 가다보면 황등역에서부터 익산역을 알리는 나훈아의 노래 '고향역'이 흘러나온다. 이 노래는 임종수가 작곡한 1972년 노래이다.
그는 지금의 익산시로 편입된 황등에서 익산으로 자전거 통학을 하던 고향 이야기를 회상하며 쓴 곡이라고 한다.
나훈아의 노래에는 고향이라는 가사가 들어가는 곡이 50여 개가 넘는다. 그의 노래와 작곡자가 우연이었을까. 이 지방에서 가까운 시골마을에 태를 묻어놓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멀리 떠났다는 얘기가 있다.
나도 옷이라곤 교복 한 벌 밖에 없던 사춘기 시절 이리에서 공부했다. 이맘때면 황톳길 옆에 피어난 코스모스와 들국화를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서울의 삼각지에도 춘천의 강촌에도 동해의 작은 항구에도 흑산도에도 유명가수의 노래비와 함께 언제나 정겨운 음악을 즐길 시설을 접하게 된다.
조용필은 1977년부터 몇 년 동안 출연이 금지 되었을 때 유현종(익산출신)작가의 도움으로 서울 낙원동의 판소리 명창에게 보내어 목소리를 다듬고 단련시켜 80년부터는 화려하게 다시 복귀한다. 그리고 '창밖의 여자' 'Q' '못 찾겠다 꾀꼬리' '단발머리' '비련' 등을 새롭게 불러 온 나라를 흥분과 혼란에 빠지게 했다.
조용필의 노래는 사랑의 주제어로 대부분을 지었고 나훈아는 고향 이라는 키워드가 그의 노래에서 듣는 모든 이의 영혼을 울리고,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된다.
사랑의 다른 언어는 아름다운 죄였고, 누구나 평생을 그리워하는 곳은 고향 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머니가 나를 키웠고 친구가 그곳에서 늘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김동곤(칼럼니스트)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11-28 7면
http://sjbnews.com/865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