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1월 30일 02시51분
[온누리]신인 감독 김연경
그렇게 닦은 실력으로 중고시절 체육대회 배구선수로 뛸 수 있었다. 키는 작아도 점프로 극복해 공격도 하고, 가끔은 세터도 맡는 등 모든 위치를 소화할 수 있게 된 건 어린 시절 닦은 기본기 덕이었다. 군대에선 대대 대표선수 활약했고, 직장에서도 배구를 꾸준히 해 왔기에 지금도 코트에서 뛰고 있다.
배구를 좋아하다 보니 선수들의 경기에도 관심이 많다. 남자선수들의 가공할 만한 공격력에 놀라기도 하고, 여자선수들의 아기자기한 플레이가 주는 묘미에 푹 빠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 굴러온 배구공 하나가 배구를 인생 스포츠로 만든 것이다. 직접 코드에서 뛰는 것도 즐겁지만, 다른 사람의 경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최근 관심을 갖고 본 예능프로가 있다. ‘신임감독 김연경’이다. 세계적 명성의 김연경은 거론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그 김연경이 은퇴하자마자 지휘봉을 잡은 팀이 원더독스이다. 선수 구성이 이채롭다. 프로 구단에서 방출되었거나,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들이다. 거기에 한국 프로 무대에서 뛸 수 없는 몽골 유학생도 있다.
30대 중반의 선수들이야 뛸 만큼 뛰었다지만, 프로에 입단한 지 2~3년 만에 방출된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겪었을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배구 선수로 활약하며 오로지 배구만을 해왔던 그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또 냉정하니, 경쟁력이 없어 내보냈다는 데 그걸 탓할 수는 없다.
김연경 감독이 이끄는 원더독스는 버림받은 선수들에게 부활의 사다리였다. 아니 절박함으로 공을 받고, 올리고, 내리쳐야 하는 절명의 코트였다. 그러면서 그들이 알고 있던 배구 여정을 돌아보며 진심의 배구를 만나는 깨달음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건 김연경의 실력이 주는 감동만은 아니다. 그보다 물러설 데가 없는 선수들이 만들어 가는 희망의 서사였다.
가끔 자리에서 쫓겨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본다. 아마 한참 나이에 방출된 선수들도 그랬을 것이다. 모두의 관심을 잃은 언더(Under)의 선수들이 원더(Wonder)로 부활하도록 성의를 다해 이끌어 준 김연경의 리더십이 그래서 돋보였다. 그리고 김연경의 배구 세계가 신장이나 기술로만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 ‘신인 감독 김연경’은 종영됐다. 그러나 부활을 꿈꾸는 선수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구단의 탄생을 간절히 바라는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한때의 좌절을 이기고, 다시 일어나 코트 높이 공을 올리고 힘차게 내리치는 환희의 순간을 같이 느끼고 싶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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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2-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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