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2월 02일 15시10분
[지역의 재발견]보이지 않는 유산이 하는 말. “전북의 역사는 어디서 시작되었나”
하가 유적은 해발 300∼400m의 고원 분지에 속하는 용요산에서 뻗어 내린 긴 능선의 완만한 끝자락에 자리하며, 섬진강(신평천)이 흐르고 있다. 구석기 유존지역은 구릉지역에 넓게 자리하며 2000년 후기 구석기 유적이 발견된 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차례의 발굴조사가 이루어져 석기 제작터와 27,000여 점의 석기가 출토되었다. 출토유물 중 슴베찌르개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의 석기 기술의 이동과 관련이 매우 높다. 이외 모뿔석기(각추상석기)는 일본과 중국에서 발견 사례가 높은 석기 형식으로 한·중·일 석기문화의 교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등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하가 유적은 전라북도에서 가장 확실하게 확인된 구석기 유적 가운데 하나이다. 이곳에서 출토된 석기는 수만 년 전부터 이 지역에 인류가 거주해왔음을 증명해준다. 유적이 자리한 신덕면 일대는 섬진강 지류와 연결되는 지형적 이점을 지니며 물과 먹거리, 돌재료를 확보하기 유리한 환경 덕분에 구석기인들이 식량을 구하고 도구를 만들며 살아가기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오늘날 평온한 농촌 마을의 모습 속에는 자연환경과 공존했던 인류의 생존 전략과 생활 지혜가 담겨 있다.
구석기 유적의 가치는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며, 한 지역의 인문 지리적 기원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의 역사가 조선이나 삼국시대에서만 출발한다면, 전북의 인류사는 한참 뒤에서야 시작되는 셈인데 이 유적은 그 출발점을 수만 년 과거로 확장 시켜 준 것이다. 그러나 구석기의 특성상 현재 거대한 구조물이 남아 있지 않으며, 그래서 구석기 유적은 드물고 그만큼 발견과 보존은 어렵다. 특히 전북은 구석기 유적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으로 인식되어왔는데, 하가 유적의 존재는 이런 지역사적 공백을 채우는 중요한 의미를 갖으며 나아가 이러한 유적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활용도를 높여 알리는 일들이 필요하다.
지역에는 이미 뛰어난 자원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이다. 임실 하가유적은 겉으로 보기에 소박하지만, 그 땅속에는 전북 인류사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 담겨 있으므로 이 유적을 널리 알리고 활용하는 일은 전북의 문화 정체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이며 보이지 않는 유산이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전북동부 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과 전북특별자치도청의 지원을 받아 문화유산돌봄사업을 진행하며, 도내 동부권역 8개 지역의 국가유산을 관리한다.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재질별 전문 모니터링, 경미한 수리와 일상적 관리를 통해 예방 보존하고 있으며, 국가유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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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2-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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