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2월 03일 13시46분
'바람'의 결을 서각이라는 조형언어로 묘사
‘전북현대서각회’ 열다섯 번째 정기회원전
이번 전시는 창립 31주년 기념으로 마련 현봉 최수일 고문의 ‘여(與)’ 등 15명의 회원들의 신작 54점을 전시한다.
자연과 인간의 정서를 상징하는 ‘風’을 매개로 새로운 창작의 방향성과 예술적 언어를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주제를 '풍(風)'전으로 이름한 것은 각 회원들이 느끼고 해석한 '바람'의 결을 서각이라는 조형언어로 묘사, 그러한 깊이와 아름다움이 서로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울림을 준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서각은 우리의 전통문화의 하나로 면면히 이어져 왔다. 전북현대서각회는 이러한 고전의 도식적 형태를 벗어나 조형 형태를 위한 새로운 형상(形象)의 이상화,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율성과 다양한 탐구로 남다른 현대적 서각을 도모해 왔다.
서각은 시각예술(視覺藝術)로서 종합예술이다. 서예성을 기본적으로 담는 것은 물론이고 조각성, 회화성, 공예성 등 어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마이다스의 손이 필요한 예술이다. 어느 장르 못잖은 독특한 예술성과 특별한 매력이 담겨 있으며 누구에게든 쉽게 매료된다.
이번 전시는 판각을 비롯, 입체서각, 생활서각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 현대예술에 깊숙이 들어온 서각의 영향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에 다름 아니다.
글자의 변형과 다양한 색을 입혀 조형성을 강조하면서 입체감을 살린 작품들이 대부분 단순하게 파내고 새기는 의미가 아니라 나무의 결을 따라 그야말로 자연과 서체, 그리고 작가의 온 정신이 합일을 이루게 되는 화면 구성을 보자면 심오한 예술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빛을 읽는 탁월한 작가의 시선과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은 작품의 깊이를 극대화 시킨다.
무엇보다도 나무 위에 문자를 소재로 서예술(書藝術)적 표현에 주력했으며 회화적 조형 양식을 취했다.
조형화된 문자를 나무에 새김질해 회화처럼 보이게 하며 종래의 서예나 서각과는 다른 새로운 장르의 신선함을 보여준다. 이른바 전통 서각이 진화된 현대적 문자 표현예술을 볼 수 있는 등 회원들의 조형적 의지가 남달라 보인다.
문부경, 김낙범, 김연수, 김혜란, 나백균, 문부경, 문승욱, 배옥영, 신갑철, 신규열, 유종석, 조장현, 최남규, 최성현, 최은옥, 최수일 작가가 출품한다.
문부경회장은 "산과 들에는 불을 지핀 듯 붉은 단풍이 아름답다. 또 아쉬운 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다. 한자 한자를 새기고 새겨온 나날들 다시 나무결 위에 마음을 담고 열정과 정성을 고스란히 담아보았다"면서 "단순한 새김질을 넘어, 마음의 울림이 함께 스며드는 서각나무를 만지면서부터 의미를 부여하고 비로소 완성된 작품은 한 사람의 인격과 미학을 만난다"고 했다. 이어 "부디 오셔서 바람이 스며드는 듯한 서각의 깊은 울림과,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회원들의 진심 어린 온기를 느끼고 따뜻한 교감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북현대서각회는 1994년 8월 5일 전북 도내 최초로 창립된 ‘노령서각회’가 전신으로 전북 서각의 역사로 통한다.
전북의 서각 역사를 써내려 왔으며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꾸준한 전람회와 워크샵을 통하여 서각의 지경을 넓혀왔으며 품격있는 작품 제작과 창의성은 물론 서각의 키워드가 되는 등 많은 서각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예술협회이다. 또, 한글을 중심으로한 현대서각은 새로운 장르로써 종합예술의 성격을 지니며 한글문자의 조형성, 새김의 입체성, 재료의 새로운 질감, 다양한 색채를 통한 회화성을 추구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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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2-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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