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2월 17일 13시31분
전주 사진공간 눈에서 ‘단단한 후일담’전
전주사진책도서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모한 ‘2025 지혜학교’에 선정된 사진인문학 강의를 마치고 개최하는 결과보고전이다.
강사로 김혜원(사진가, 명지대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연구교수)이 참여, 1회 3시간, 총 13회 강좌로 이어진 ‘사진! 인문학으로 줌인하다’는 전북 지역뿐 아니라 충남, 경남 지역 사진가들까지 참여해 매회 30여 명의 수강생들이 청했다.
이 전시는 강의실 이론이 예술 현장에서의 의미 있는 사진 창작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그간 소개한 사진인문학의 주요 담론을 기준으로 14인 작품을 7개 유형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전시엔 강승규, 김혜원, 박래영, 박영삼, 백인순, 박종권, 신애자 유성수, 윤광빈, 이상민, 장윤희, 정상호, 정옥영, 정회선 작가가 참여했다.
해외 브랜드 상품관의 고급스러운 외관을 통해 현대인의 소비 심리를 보여준 강승규의 ‘명품관’과 창문 밖 대자연의 모조 그림에 주목하여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거실을 촬영한 윤광빈의 ‘견본 주택’은 동시대 소비 문화와 소비 취향과 인간 심리를 포착한 사진들이다.
도시의 폐업한 가게나 길거리에 쓰레기로 버려진 마네킹을 채집한 유성수의 ‘폐업 시대’와 준공 후 미분양으로 텅 빈 상가 건물의 내부를 촬영한 이상민의 ‘공실 지대_로마네시티’는 불황의 현실을 포착하여 자본주의의 경제 논리를 비판하는 사진들이다.
송산그린시티 조성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이 파괴되는 현장에서 장소 훼손을 비판한 박종권의 ‘그린시티를 향한 섬, 형도’와 강남 속 판자촌 주민들의 삶을 장소애(topophilia)를 통해 재현한 정상호의 ‘강남, 그 뒤편’은 도시 개발을 위해 특정 지역의 자연이나 지역민의 삶을 파괴하는 개발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전주시립도서관 실내 경관의 특성을 유형학적으로 보여준 박영삼의 ‘전주시립도서관’과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휴식처로 뉴욕의 도심 속 공원을 촬영한 장윤희의 ‘공원’은 도시 문화와 그 정체성을 탐구한 사진들이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들을 식민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파악한 백인순의 ‘적산의 경관’과 일제강점기의 교각들을 통해 만경평야의 장소 정체성을 부각한 신애자의 ‘만경강’은 건축물에 내재한 역사적, 사회적 알레고리를 통해 탈식민성이나 로컬리티를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일상의 사물을 엉뚱하게 결합하여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보여준 정회선의 ‘오브제 & 데페이즈망’과 여러 조각으로 촬영되고 합치된 다시점의 시각을 보여준 정옥영의 ‘Joiner’는 익숙한 일상의 사물이나 경험을 낯설게 보여주는 실험적인 사진들이다.
홍보물, 신문 기사, 책 표지 등의 다양한 텍스트를 배경으로 바비 인형을 페미니스트 전사로 연출한 박래영의 ‘페미니스트 바비’와 인간의 여가 생활을 위해 자연이 파괴되는 장소 상실(placelessness)을 성찰한 김혜원의 사진시(Photo Poetry)는 거대 담론을 이미지와 텍스트의 통섭으로 형식화한 작품들이다.
김혜원 기획자는 “‘단단한 후일담’의 작가들은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동시대 주요 담론을 다양한 방식으로 형식화하여 자신만의 사진 언어를 제시했다”면서 “이 사진인문학 교실에서 기른 사진의 힘이 단단히 응축되어 더욱 활달한 사진 행보로 이어지리라 믿는다”고 했다./이종근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12-18 10면
http://sjbnews.com/867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