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2월 21일 15시21분

[메아리]1872년 우리 지역 모습은 어떠했을까?

1872년 용담현 지방지도를 중심으로

1872년 용담현 지방지도는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다. 당시 흥선대원군은 개혁을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하여 1871년에 전국적인 읍지 편찬사업을 하였다. 이어 1872년에 전국 지도제작 사업을 추진하여 총 459매 도업이 완성되었다. 이때 완성된 지도를 ‘1872년 지방지도’라 통칭한다.

이번 글에서는 용담현에 국한해서 150여 년 전의 진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용담현 지도 역시 1매 채색도이다. 크기는 35×25cm이다. 용담현 영역은 현재 행정명으로 용담면을 비롯하여 주천면, 정천면, 안천면, 동향면, 상전면 일부 등이 해당한다. 1872년 지방지도의 큰 특징은 행정 경관을 크고 자세하게 부각하였다는 점인데 용담현 역시 그렇다. 그래서 동헌, 객사, 향교가 중심부에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행정 경관은 풍수지리상 명당판에 형성되어 있다. 즉 동헌 뒤쪽으로 용담의 진산인 용강산이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지도에는 ‘용강산’이란 지명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앞서 제작된 동여도, 대동여지도 등에는 표기되어 있는데 빠진 것이다. 그리고 용담현은 청룡과 백호가 감싸 있고, 앞으로는 명당수인 수성천이 흐르고 있다. 수성천은 오늘날 주자천이다. 수성천은 죽천교를 지나 정자천과 합류 한다. 수성천 건너편으로 안산인 매봉과 조산인 추줄산 또는 천황산 산세가 잘 표현되어 있다. 용담현의 우백호에 해당하는 곳에 태고정이 있다. 태고정은 현재 용담면 망향의 동산이 이건되었다. 그리고 좌청룡 맥은 남산 줄기이다. 이 부근에 1677년에 용담 현령 홍석이 창건한 삼천서원이 있었으나 1872년 지방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이는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따라 철폐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후 삼천서원은 중창되지 못했다. 용담현 역시 풍수적으로 완벽한 명당판을 형성된 모습이다.

동헌을 살펴보자. 동헌은 지방관이 근무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건물이다. 동헌은 수몰되기 전 용담면사무소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헌 앞으로 6방에 해당하는 관청이 위치한다. 작청(作廳), 장청(將廳), 형청(刑廳) 등이 있고 향촌 자치 조직인 향청(鄕廳)이 위치한다. 그리고 주변에 군기고와 사창 등이 위치한다. 관청 앞에 장시가 조성되었다.

용담현 객사는 동헌을 중심으로 왼편에 위치한다. 객사는 임금의 명령으로 관리가 지방에 내려오는 묵는 곳으로 임금을 대신하는 상징성이 있어 그 규모가 켰다. 수몰 전 용담초등학교 자리가 객사 터로 추정하고 있다. 용담향교는 동헌 뒤쪽에 위치한다. 수몰 이후에는 동향면 능길리로 이전되었다. 제례 공간인 사직단은 수성천 건너편 송림마을 부근에 위치하고 성황사와 여단은 용담현 우백호 맥에 자리 잡고 있다.

1872년 용담현 지방지도에서 수성천 건너편 안산인 응봉, 조산인 추줄산과 천황산이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지금은 없어진 심원암이 추줄산에 표기되어 있다. 지금 천황사로 불리는 숭암사가 천황산 아래 자리 잡고 있다. 흥선 대원 당시 숭암사라 칭했다. 천황산 오른편으로 매우 인상적으로 9개의 봉우리에 구봉산이 표기되어 있다. 바로 오른쪽으로 기암절벽과 함께 반일암이라 표기하고 잔도라 기록했다. 잔도(棧道)란 험한 곳에 나뭇가지로 길을 낸 것을 말한다. 벼랑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여기에 애구(隘口)라 친절하게 표기해 두었다. 애구는 험한 길이라는 뜻이다. 용담현 바로 오른쪽에 천태산이라 표시되어 있는데 현재는 알 수 없고 옥천암이 있다. 그리고 명승으로 와룡암, 소요대, 반일암 등이 표시되어 있다. 당시에도 물길을 건너려면 다리가 필요했을 텐데 유일하게 다리 이름이 표기된 호암 근처 죽천교를 비롯하여 아홉 군데의 다리가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길목마다 6개 주점도 표시되어 있다.

역시 용담현 1872년 지방도와 관련하여 당시 특징을 나타내주는 것이 사창 표시이다. 사창은 본래 환곡제이다. 환곡은 가난한 사람들이 춘궁기 때 굶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에서 운영한 빈민구제 정책이다. 그런데 이런 환곡마저도 부패한 관리들의 이득을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에 흥선대원군은 환곡제를 폐지하고 주민자치로 운영하는 즉 지역에 곡식을 저장하고 대여해주는 방식의 사창제를 시행했다. 용담현 지도에만 7개소가 있다. 즉 봉소, 어자, 조림, 이포·운암·오리목 가운데 지점, 동향, 노채와 회곡 인근, 구곡 등이다. 그리고 동향에 동창이 운영되었다. 흥선대원군 당시 사창제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정책이 추진되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도는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저명한 지도학자인 스로워(Norman J.W.Thrower)교수는 그의 저서 『지도와 문명』에서 “지도는 인류가 노력해서 도전하고자 하는 분야의 하나로 유구하고 흥미진진한 역사가 있고, 여러 시대의 세계관과 문화의 영위를 잘 반영하고 있다”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 선조가 제작한 지도를 통해 150년 전 진안 모습과 그 속에 투영된 세계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상훈(한국 한방고등학교 교장·진안문화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