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2월 23일 15시49분
[오늘과 내일]'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의 장애인 직업재활 시스템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복지법」 제58조에 따라 "일반 작업환경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특별히 준비된 작업환경에서 직업훈련을 받거나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로 정의된다.
2024년 기준 전국에 약 650여 개의 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약 17,000명의 장애인이 이용하고 있다.
이 시설들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연간 수천억 원의 국가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신고된 장애인 학대 사건은 7,132건으로, 이 중 직업재활시설 등 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사건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학대가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은 명확하다.
첫째는 폐쇄적 운영 구조이다. 대부분의 직업재활시설은 외부의 감시와 감독이 어려운 독립된 공간에서 운영된다.
특히 보호작업장으로 분류되는 시설들은 일반 기업과 달리 근로기준법의 완전한 적용을 받지 않아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둘째는 형식적인 관리 감독 체계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정기 점검도 서류 확인 중심으로 이루어져 실질적인 인권 침해를 발견하기 어렵다.
셋째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운영 구조이다.
한국의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장애인 이용자가 시설 운영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공식적 통로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학대 문제와 함께 직업재활시설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저임금 착취이다.
이는 적절한 공공 지원과 사회적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장애인에게도 합리적 수준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제 사회는 이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운영에 있어 인권 중심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직업재활시설은 대부분 비장애인 운영자와 직원 중심으로 운영되며, 장애인 이용자는 서비스의 '수혜자'로만 위치 지어진다.
시설 운영위원회에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이 참여하는 경우도 드물고, 참여한다 하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장애인은 자신의 노동 조건이나 작업 환경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없으며, 학대나 착취가 발생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장애인권리협약이 강조하는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한 것을 결정하지 말라(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원칙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직업재활시설의 투명성 문제도 심각하다.
이러한 불투명한 재정 구조는 장애인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가로막고, 결과적으로 장애인을 착취하는 구조를 공고히 한다.
스웨덴의 경우 모든 장애인 고용 관련 시설은 연간 재정 보고서와 사업 성과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며, 장애인 당사자와 옴부즈맨이 이를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장애인은 영원한 '훈련생'이자 '미성숙한 존재'로만 인식되며, 이것이 학대와 착취를 용인하는 문화적 토양이 된다.
무엇보다 먼저 장애인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을 '이용자'나 '훈련생'이 아닌 '근로자'로 인정하고,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완전한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도 노동의 대가로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는 시혜나 온정이 아닌 당연한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투명한 운영과 실질적 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기 점검을 서류 중심에서 실질적 현장 점검으로 전환하고,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의무화해야 한다.
시설의 재정 운영과 사업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구가 정기적으로 인권 실태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시설 운영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노동조합이나 자조집단 결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직업재활시설이 장애인을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일반 노동시장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프랑스가 2019년 도입한 '전환형 적응기업(EATT)' 모델은 최대 24개월간 집중 교육과 코칭을 제공하여 일반 기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며, 도입 이후 약 80개 기업이 설립되어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도 일반 고용으로의 전환 경로를 체계화하여 직업재활시설의 궁극적 목표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프다"고 외치는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우리 사회가 이제는 그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응답해야 할 때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진정 장애인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문성하대표(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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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2-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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