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2월 25일 13시33분
낯선 인도에서 마주한 사람과 풍경
장창영 시집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인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인도'는 인도를 설명하거나 규정하기보다 그곳에서 마주한 사람과 풍경, 그리고 그로 인해 변화해가는 마음의 결을 차분히 기록한 시집이다.
그동안 자연과 생태를 주요한 화두로 삼아온 장창영 작가는 이번 시집에서 여행을 통해 시야를 확장한다. 인류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겐지스강을 품은 인도는 많은 이들에게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선뜻 결심하기는 쉽지 않은 여행지이기도 하다. 시인은 이러한 인도의 복합적인 이미지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차분히 바라본다.
시집의 표지를 장식한 인도 소녀의 사진은 작가가 현지에서 촬영한 5천여 장의 사진 가운데 엄선된 이미지다. 작가는 시 '선물 같은 삶'에서 이 소녀를 두고 “천년의 미소를 보내줄 때 / 나는 인도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고 적는다. 표지 이미지와 시의 언어는 이 시집이 지향하는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집은 사진과 시가 균형 있게 어우러진 구성으로 독자가 여행의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읽어 내려가도록 이끈다. 한 번 잡으면 단숨에 끝까지 읽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점도 이 시집이 지닌 커다란 장점이다. 시인은 인도의 풍경을 설명하기보다 그곳에서 마주한 사람과 일상의 순간들을 절제된 언어로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인도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작가가 귀국 직후 써 내려간 시들이다. 여행지에서의 낯선 경험과 사유가 시간의 간극 없이 기록되며 시집 전반에 생생한 현장성과 밀도를 더한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시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는 이번 시집에서 여행이라는 공간을 통해 자신의 시적 시야를 한층 넓힌다.
이 시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12-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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