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공현철 - 2022년 08월 30일 16시15분
고교 기숙사 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은 인권 침해
인권위, 전북·전남·광주 지역 32개 고등학교장에 관련 규정 개선 권고학교 측 ‘수면권 및 학습권 보장’, 인권위 ‘자유권 및 통신의 자유 침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호남권 고교 기숙사 내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최근 전북·전남·광주 소재 32개 국·공립고등학교장에게 관련 규정이 학생들의 일반적 행동 자유권 및 통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고 이 같이 권고했다. 또 해당 지역 교육감 등에게도 대상 학교가 인권위의 권고를 적절히 이행하도록 지도·감독할 것을 별도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진정 사건 조사 과정에서 고교 기숙사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이에 광주인권사무소는 관할 지역인 전북·전남·광주 소재 기숙사가 있는 국·공립고등학교 150곳을 대상으로 직권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지역 국·공립고교 가운데 휴대전화 수거 및 제한을 하지 않는 학교는 104개교(69.4%)로 파악됐다. 반면 수면권 및 학습권 보장 등을 이유로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학교는 30개교, 사용을 제한하는 학교는 16개교 등 총 46개교로 집계됐다.
인권위는 이 중 불이익 조치를 하지 않거나 관련 규정을 삭제한 14개교를 제외한 32개 학교에 대해 권고했다.
인권위는 “전북 및 광주 학생인권 조례에 따라 학교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교육활동과 학생의 수업권 보장이라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 학교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수면권 보장’이므로 위 조례에 따른 제한 사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스스로 그러한 수면 부족 등 부작용이 없도록 휴대전화 사용을 절제하는 법을 익혀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며 “학교 측이 학생에게 벌점을 부과하거나 기숙사 퇴소 조치를 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적절한 지도방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생에게 기숙사는 집과 같으므로 기숙사 내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외부와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제한할 경우 학생이 받게 될 피해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권위는 31일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사용 문화를 고민하기 위해 별도의 토론회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학교 현장의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인권 친화적인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사용문화 정착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공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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