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근현대문화유산법 시행, 전북의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

구도심 활성화와 지역 정체성 회복의 새로운 기회

기사 대표 이미지

2024년 5월 국가유산청이 출범하면서 우리 사회는 문화유산 관리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이어 같은 해 9월부터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약칭: 근현대문화유산법)이 시행되면서, 고대와 중세의 전통유산을 넘어 산업화·도시화 과정을 담아낸 건축물과 생활유산까지 제도권 보호의 길이 열렸다. 이는 구도심 쇠퇴, 신도시 개발로 인한 공동화 현상, 중소도시 소멸 위기라는 오늘의 문제에 문화유산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근현대문화유산법의 목적은 분명하다. 제1조는 근현대문화유산의 체계적 보존과 활용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 세대와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 규정한다. 법 제2조는 범위를 개항기 이후 형성된 건축물·경관·생활용품 등으로 정의하고, 국가등록문화유산·시도등록문화유산·근현대문화유산지구·예비문화유산 등 세부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는 오래된 극장, 기차역, 병원, 학교, 시장 등 시민의 일상과 기억을 담은 장소가 모두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법은 또한 기본원칙을 제시한다. 역사적·예술적·사회적 가치를 지켜내고, 국민이 보존 과정에 참여하며 그 가치를 누리도록 하며, 지역 주민의 생활 개선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활용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는 종합적 시책을 수립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각종 개발사업에서도 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 이는 문화유산 보존이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지역 발전 전략임을 보여준다.

제도적 장치도 다양하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은 50년 이상 된 건축물과 경관을 등록해 보호하며, 긴급할 경우 50년이 되지 않아도 등록할 수 있다. 훼손 위험이 급박할 때는 ‘임시등록문화유산’으로 신속히 보호할 수 있다. 등록된 유산은 보존·수리에 드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고, 건축 규제 완화나 관람료 감면 같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는 보존이 도시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특히 근현대문화유산지구 제도는 개별 건축물이 아니라 지역 단위로 유산을 묶어 보존·활용하는 방식이다. 구도심의 옛 학교, 시장, 교회, 마을 등을 스토리라인으로 연결해 관광자원화하거나 교육·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할 수 있다. 시·도등록문화유산과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등록되지 않은 유산도 지역에서 보호할 수 있게 했다. 단체·사업자 지원, 전문인력 양성 조항도 마련돼 있어 지역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효과가 크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군산의 군산세관, 구 조선은행 등 일제강점기 금융·행정 건축물, 전주의 엠마오사랑병원(구 예수병원)과 마로덕기념관, 예수병원 선교사촌, 신흥학교 포치 등 근대 의료·교육 건축물, 익산의 구 삼산의원 건물을 활용한 익산근대역사관과 수리조합 건물, 정읍의 정미소 건물과 일제강점기 건축물 등 풍부한 근현대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건축물들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과 기억이 켜켜이 쌓인 생활의 무대이자 공동체의 흔적이다.

군산은 세관과 은행 건물, 일본인 거주지 등이 남아 있어 법률에 따른 근현대문화유산지구 지정의 대표적 후보지다. 전주는 기독교 선교와 의료·교육의 역사를 증언하는 건축물들이 모여 있어 지역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이들 사례는 법률이 제공하는 제도적 틀을 적극 활용한다면 단순한 보존을 넘어 지역경제 재생과 구도심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근현대문화유산법이 2024년 9월에 처음 시행된 신설 제도라는 사실이다. 제도가 이제 막 출범했기에, 지역이 얼마나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와 기초자치단체들은 지금이야말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등록·지정·활용계획 수립에서 주민 참여 프로그램, 전문인력 양성까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지고, 소중한 유산을 지켜낼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근현대문화유산은 낡은 건물이 아니라 지역의 삶을 증언하는 기록이며, 미래 세대가 물려받을 자산이다. 법률 시행을 계기로 전북특별자치도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구도심 속 근현대문화유산을 보존·활용한다면, 쇠퇴와 소멸 위기에 놓인 도시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근현대문화유산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지역 재생과 미래 창조의 원동력이다. 전북이 이 흐름을 선도하는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노기환 온문화유산정책연구원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