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전북자치도의 에너지 자치분권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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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오(午)’가 상징하는 말의 기운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채찍이고 ‘병(丙)’의 불은 머뭇거릴 틈 없이 결단하라는 신호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재앙이 아니라 이미 일상을 흔드는 현재의 위기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 가능한 가치’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주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정부는 야심 찬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시하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현장은 오히려 살얼음판이다. 일부 부실한 개발 사례가 자연 훼손 논란으로 번지며 태양광은 ‘친환경’이 아니라 ‘갈등의 씨앗’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농촌에서는 외부 사업자가 이익만 챙겨 떠나는 구조에 불신이 커졌고, 그 불신은 곧바로 ‘결사반대’라는 단호한 언어로 되돌아온다. 기술은 발전하는 데 왜 현장은 멈추는가. 답은 기술이 아니라 ‘공간’과 ‘사람’ 그리고 그 둘을 다루는 제도에 있다.

재생에너지의 핵심 갈등은 결국 세 가지 질문으로 압축된다. 첫째,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공간). 둘째, 누가 결정할 것인가(권한). 셋째, 누가 부담하고 누가 이익을 얻을 것인가(분배).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불명확하면 갈등은 반복되고, 사업은 지연되고, 지역은 피로해진다. 반대로 권한과 책임, 이익의 구조가 제도로 정리되면 재생에너지는 ‘민원’이 아니라 ‘지역 자산’이 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이 설치하자”는 구호가 아니라, 결정권·인프라·분배를 지역이 설계하는 에너지 자치분권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1월 15일 공개된 ‘광주전남특별시 특별법(안)’에서 담긴 에너지 권한과 인프라를 패키지로 설계하려는 방안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준다. 재생에너지의 성패는 ‘설비의 양’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품질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전북형 에너지 자치분권을 실현할 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

첫째,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영농형 태양광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를 보전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사업 기간, 투자 회수 구조, 농지의 이용 규정이 서로 맞물리지 못해 현장을 묶는다.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지역은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다. 전북이 선제적으로 영농 유지 기준, 안전·환경 기준, 마을 우선 참여 원칙, 사후관리 체계를 담은 (가칭) 「전북특별자치도 영농형 태양광 발전 지원 조례」를 마련해야 한다. 핵심은 ‘허용’이 아니라 ‘기준’이다. 명확한 기준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불확실성의 해소는 갈등을 줄이며, 갈등의 감소는 보급을 가속한다. 이것이 공간 문제를 제도로 푸는 첫 단계다.

둘째, 주민 수용성은 이익공유가 정답이다. “혐오시설이냐 마을 자산이냐”는 결국 지분 구조에 달려있다. 돈이 도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준 사례가 ‘햇빛연금’이다. 그러나 모델이 지속하려면 선의가 아니라 규칙이 필요하다. (가칭) 「햇빛연금 정착을 위한 협동조합 지원 조례」를 통해 협동조합 설립·운영 지원, 회계·정보 공개, 배당 기준, 취약계층 배려 원칙을 제도화해야 한다. 나아가 수익의 일부를 특별회계·기금 등으로 귀속시켜 에너지복지와 지역 돌봄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익공유는 시혜가 아니라 신뢰의 설계이고, 신뢰는 지역 에너지 전환의 가장 강력한 인프라다.

셋째, “지방에서 만들고 수도권에서 쓰는” 불균형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특정 지역에 부담만 남기고, 소비지에는 혜택만 돌아간다면 어떤 지역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이제 도심의 생활공간도 발전소가 되어야 한다. 아파트 베란다의 미니태양광, 다세대·공동주택 옥상, BIPV(건물 일체형 태양광) 확산은 단순한 설비 확대가 아니라 분산형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 (가칭) 「다세대·공동주택 재생에너지 발전 지원 조례」를 통해 설치·안전 기준, 입주자 동의 절차, 유지관리 지원, 에너지 공유 모델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지역이 분산에너지의 규칙을 세우고 운영 역량을 갖출 때, ‘전력망’이라는 인프라도 비로소 지역 주도의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다.

정리하면 전북의 과제는 명확하다. 공간은 영농형 태양광으로 풀고, 사람은 이익공유로 설득하며, 생활권은 분산형 재생에너지로 넓히는 것. 그리고 이 세 가지를 각각의 사업으로 흩뜨리지 않고 조례와 기금, 운영 원칙으로 묶어 ‘제도’로 고정하는 것이다. 햇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춘다. 그 공평함이 지역의 부담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권한과 인프라, 그리고 분배의 원칙을 지역이 주도해 정리해야 한다. 올해 나의 각오는 영농형 태양광·햇빛연금·생활 밀착형 재생에너지를 뒷받침할 조례 제정을 통해 전북형 에너지 자치분권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다.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 한정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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