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창]민간을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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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경제, 공공건축보다 민간 활성화가 답이다

전북 곳곳을 다니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장면이 있다. 새로 들어서는 건물의 상당수가 행정 주도의 공공건축물이라는 점이다. 반면 민간이 투자해 짓는 건물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전주, 익산, 군산 할 것 없이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가 어렵고, 사업성이 낮기 때문이다. 민간은 수익이 보이지 않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

문제는 공공건축이 늘어날수록 도민의 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데 있다. 공공건축물은 건립비로 끝나지 않는다. 매년 관리비와 인건비, 시설 유지보수비가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10년, 20년이 지나면 그 누적 부담은 막대한 재정 압박으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일부 시설은 이용률이 낮거나 당초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구조가 민간의 투자 의욕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공공이 앞서 나갈수록 민간은 설 자리를 잃는다. 공공이 시장을 대신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지역경제의 활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북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이제 정책의 방향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행정이 직접 건물을 짓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 건물을 짓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행정이 모든 것을 주도해 만든 공간이 아니라,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투자가 축적되며 성장한 결과다. 이 같은 성공 모델을 특정 지역에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한옥마을지구나 도시재생 뉴딜 지구 등 잠재력 있는 지역을 선정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건축비 일부 지원, 세제 혜택, 규제 완화, 기반시설 확충 등 행정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행정이 ‘직접 짓는 주체’가 아니라 ‘환경을 조성하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행정이 100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짓는 대신, 10억 원의 지원으로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재정 효율성은 훨씬 높아진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유지비 부담이다. 건물의 소유와 운영이 민간에 있다면, 장기적인 관리 비용은 행정의 재정 부담으로 남지 않는다. 이는 한정된 예산을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지역경제 파급효과 역시 다르다. 공공건축은 대형 입찰 구조로 인해 외지 업체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민간 활성화 정책은 지역의 소상공인, 중소 건설업체, 인테리어업자, 자재상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참여한다.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일자리와 소비가 함께 살아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전북에는 이미 강점이 있다.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검증된 모델, 음식과 문화의 도시라는 브랜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 자산이다. 전주의 원도심, 익산의 근대문화유산 지역, 군산의 항만 일대는 충분히 민간 투자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신중함은 필요하다. 지구 선정은 철저한 사전 검토를 거쳐야 하고, 지원 역시 민간의 실제 투자를 전제로 한 매칭 방식이어야 한다. 초기 지원 이후에도 스스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 즉 출구전략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공공건축을 더 짓는 일이 아니라,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는 일이다. ‘행정이 직접 한다’는 방식에서 ‘민간이 하도록 돕는다’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 그것이 도민의 혈세를 책임지는 지방행정의 역할이다. 전북 경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이제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임종명(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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