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거대 공룡 쿠팡, ‘편리함’ 뒤에 남은 책임”

기사 대표 이미지

2010년 등장한 쿠팡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몸집을 키운 기업 중 하나다. 이름의 유래를 두고는 “쿠폰이 팡팡 터지길 바라는 뜻에서 ‘쿠팡’이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초기 소셜커머스 형태의 할인·쿠폰 서비스에서 출발한 쿠팡은 곧 온라인 유통 전반으로 영역을 넓혔고, 주문·결제에 물류 역량을 결합한 모델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성장의 분기점은 ‘로켓배송’이었다.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나아가 새벽에 문 앞에서 상품을 받는 시스템은 소비 경험을 바꿨고, 유통업계 전반의 배송 경쟁을 앞당겼다. 이용자 지표도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모바일인덱스 등 분석에 따르면 쿠팡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24~2025년 3,000만 명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쿠팡은 이제 일상 소비의 주요 접점이자 국내 e-커머스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플랫폼이 커질수록 혁신만으로 신뢰를 담보하기는 어렵다. 시장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 약관과 정책 변화, 고객 응대 기준, 거래 조건이 사실상 시장의 ‘룰’처럼 작동할 수 있다. 이때 공정성과 책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편리함은 오히려 불안으로 바뀐다. ‘거대 플랫폼’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이유다.

쟁점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노동과 안전이다. 빠른 배송을 뒷받침하는 물류·배송 현장에서 휴식과 건강권, 안전관리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는지에 대한 우려는 반복돼 왔다. 고용노동부도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캠프를 대상으로 야간노동과 건강권 보호조치 실태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히며, 야간노동시간·휴게시간·건강검진·휴게공간 등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런 점검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작업량 산정 기준과 휴게 보장, 안전 교육·감독 체계가 현장에서 실효를 내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는 개인정보 보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사고와 관련해 기존 ‘노출’ 통지를 ‘유출’ 통지로 정정해 재통지하고, 유출 항목 누락을 바로잡아 안내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홈페이지 초기 화면 또는 팝업 등을 통해 일정 기간 이상 재공지하고, 비밀번호 변경 등 피해 예방 조치를 명확히 안내하라고 주문했다. 대형 플랫폼일수록 사고 자체만큼 ‘설명과 안내의 품질’이 신뢰를 좌우한다. 용어 논쟁보다 사실관계, 영향 범위, 이용자가 즉시 취할 조치를 신속히 제공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셋째는 책임 있는 소통이다. 대형 플랫폼은 이슈가 발생하면 파급이 큰 만큼, 사실 공개, 이용자 안내, 재발방지 대책이 한 흐름으로 제시돼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최고경영진의 메시지도 형식적 언급이 아니라 책임의 범위와 개선 계획을 구체화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해법은 기업 자율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관계기관은 개인정보보호·공정거래·산업안전 전반에서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이 확인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 동시에 사고 통지 기준과 피해 구제 절차의 표준화 등 제도 보완도 뒤따라야 한다. 기업 역시 외부 점검에 성실히 협력하고, 재발 방지·피해 구제·보상 원칙을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화해 공개해야 한다.

기업의 역할도 분명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처럼 사회적 영향력에 비례한 책임이 요구된다. 외부 점검과 조사에 성실히 협력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구제 기준, 보상 원칙을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화해 공개해야 한다. 단기적 해명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 개선의 지속성과 검증 가능성이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은 거대 플랫폼 시대에도 유효하다. 쿠팡의 성장은 로켓처럼 빨랐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속도에 걸맞은 책임의 기준이며, 편리함이 불안으로 바뀌지 않도록 투명성과 신뢰 회복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김희수 의원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