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궁의 성립과 굴절(지은이 김윤정 , 정해득 , 이왕무 , 장경희 , 김덕수 , 김해인 , 조재모 , 조은주, 펴낸 곳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은 칠궁을 통해 조선 후기 왕실 문화의 구조를 재검토하고 식민지기를 거치며 형성된 기억과 공간의 단절을 비판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조선 왕실 문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칠궁(七宮)은 조선시대 왕의 생모였으나 왕비가 아니라는 이유로 종묘에 들지 못했던 역대 일곱 후궁을 위해 조성된 별도의 왕실 제향 공간이다. 영조가 어머니 숙빈 최씨를 위해 종묘와 구별되는 사당과 제향 체계를 마련한 제도인 ‘궁원제(宮園制)’를 출발점으로, 정조·순조·고종 대에 걸쳐 일곱 궁이 단계적으로 성립했다. 칠궁에는 후궁의 아들로서 왕이 된 군주가 마주해야 했던 정통성의 문제, 왕이자 아들이었던 존재가 품었던 어머니에 대한 감정과 정치적 선택, 그리고 왕실 여성의 삶과 위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칠궁은 조선 왕실이 효와 정통성, 예와 현실을 어떻게 조율했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이다.
칠궁은 고종 대에 합설과 이건을 거쳐,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궁내성 이왕직의 관리 체계 아래 편입되면서 제향 공간으로서 위상과 의미가 크게 왜곡됐다. 본래의 장소성과 역사적 맥락이 해체된 채 관리 편의에 따라 재편된 이 과정은, 조선 왕실 의례가 식민지 통치 질서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궁원제 관련 규정집을 비롯, 의궤·등록류, 교지, 묘지명, 제문, 의례 관련 유물 등 방대한 1차 자료를 토대로, 칠궁의 성립과 변천, 운영과 의례, 건축적 특징, 문학적 형상화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역사학·의례학·건축사·문학 연구자가 참여한 학제적 접근을 통해, 칠궁을 조선 왕실 문화 연구의 주변부가 아닌 핵심 주제로 복원해낸다. 칠궁은 종묘에 버금가는 국가 제향 공간이자, 조선 왕실 여성의 위상과 왕권의 정통성 문제가 교차하는 장소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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