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국민의힘이 길을 잃었다. 아니, 스스로 길을 버리고 있다. 당은 사분오열되어 있고 지도부는 방향을 잡지 못한다. 계파 간 갈등과 책임 공방은 끊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차기 공천과 당권을 놓고 싸우는 정치인들의 집합체처럼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전임 지도부 탓이고, 지지율이 떨어지면 특정 계파 탓이다. 당이 흔들리면 상대방 탓이고, 국민의 비판이 거세지면 언론 탓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에는 정말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질 사람이 없는가.
정당의 위기는 지도부의 위기에서 시작되지만, 정당의 몰락은 자기반성을 거부하는 순간 시작된다.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싸움을 못해서가 아니다. 싸움만 하기 때문이다.
야당이라면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에는 반드시 대안이 따라야 한다. 국민은 “저쪽이 잘못했다”는 말만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가 집권하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답을 원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AI와 로봇, 바이오와 첨단산업, 국가 연구개발, 저출산과 지방소멸, 청년 일자리와 교육개혁, 국방과 에너지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대한민국은 지금 산업과 기술의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사람과 계파를 놓고 싸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북은 국민의힘이 반드시 돌아봐야 할 정치적 거울이다. 국민의힘이 진정한 전국정당을 말하려면 영남과 수도권만 바라보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호남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전북은 대한민국 산업과 농생명, 새만금, 미래 에너지와 바이오산업의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중앙정치에서 전북은 늘 변방으로 밀려났다. 선거 때만 찾아와 표를 호소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잊어버리는 정치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전북에서 한 표를 얻는 것이 어려운 만큼 그 한 표의 가치는 다른 어느 지역의 열 표보다 무거울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 현실을 바꿔야 한다. 전북의 인재를 발굴하고,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을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에 세우며, 새만금과 농생명·바이오·첨단산업을 연결하는 미래산업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 현안에 대해 중앙당이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호남을 단순히 ‘공략해야 할 지역’으로 바라보는 순간 실패한다. 호남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동반자로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힘이 전국정당으로 가는 길이다.
또 하나 버려야 할 것이 인물 중심 정치다. 대통령도, 당 대표도, 국회의원도 정당보다 클 수 없다.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찬반을 나누고 그 사람에 대한 입장이 정치적 정체성이 되는 순간 정당은 사당화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려면 지도부가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자리와 계파의 이익, 다음 공천에 대한 계산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당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과학기술인과 기업인, 청년과 여성, 지역 전문가와 현장 전문가가 당의 정책과 인재 발굴에 참여해야 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신뢰로 먹고사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마지막 경고를 받고 있다. 여기서도 계파 싸움을 계속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다음 심판의 대상은 특정 지도부가 아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자체가 될 것이다. 사분오열의 끝은 지리멸렬이고, 지리멸렬의 끝은 소멸이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싸움을 멈추고 국민 앞으로 나서라.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말하라. 사람보다 가치를 세워라. 계파보다 능력으로 경쟁하라.
그리고 전북부터 바라보라. 전북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대한민국 전체의 마음을 얻겠다고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이 살아남을 마지막 기회는 ‘누가 당권을 잡느냐’가 아니라 ‘국민에게 무엇을 줄 것이냐’를 놓고 경쟁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내일을 결정하는 마지막 경고음이 될 것이다./강길선 <명예교수,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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