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에 이어진 하반영 화백의 예술혼

전주 갤러리 한옥서 제1회 하반영 가족 작품전 ‘가족, 그림으로 만나다’ 장녀 하가로, 장남 고 하홍, 며느리 김용옥, 장손 하다감 등 2대와 3대에 걸쳐 10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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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동양의 피카소' 하반영 화백(1918~2015)의 후손들이 20일부터 26일까지 전주 갤러리한옥에서 제1회 하반영 가족 작품전 '가족, 그림으로 만나다'를 갖는다.

이 전시는 ‘더하트(The HaArt): 하반영 예술계승 아카이브’가 마련한 첫 번째 가족전이다. ‘더하트’는 하(HA)와 아트(ART)를 결합한 이름으로, 하반영 화백이 남긴 예술적 유산을 가족의 창작활동을 통해 계승하고 확장하기 위한 가족 기반 예술공동체이다.

전시에는 장녀 하가로, 장남 故 하홍, 사남 하지홍, 차녀 하세로, 삼녀 하양로, 오남 하만홍, 육남 하교홍, 장부 김용옥, 오부 김현숙, 장손 하다감이 참여한다. 2대와 3대에 걸쳐 이어진 가족 구성원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한 예술가의 정신이 세대를 지나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변주되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주제 '가족, 그림으로 만나다'는 가족이 혈연을 넘어 예술로 다시 만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림은 말로 다 전하지 못한 기억과 감정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고, 전시장은 가족의 시간과 예술의 시간이 포개지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고 하반영 화백은 깊이 있는 회화세계와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긴 작가이다. 국내 최고령 현역작가로서 97세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생애는 예술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정신이자 태도임을 일깨워준다.

하화백의 예술이 과거의 업적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후손들의 현재적 창작 속에서 새롭게 살아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순한 추모전이나 가족 행사를 넘어, 예술의 계승이란 무엇이며 한 예술가의 정신이 다음 세대에서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묻는 전시이다.

이번 가족전은 하화백의 작품을 그대로 재현하는 전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예술이 가족의 기억과 삶 속에 스며들어 각기 다른 색채와 조형언어로 피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가족들의 작품은 닮음과 다름, 기억과 현재, 계승과 창조 사이에서 따뜻한 대화를 만들어낸다.

이번 제1회 가족전이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작품 기록과 자료 보존, 정기전 개최, 세대 간 예술교육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택구 관장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되 각자의 개성과 독립적인 예술세계를 존중한다면 ‘더하트’는 한 예술가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예술가들을 성장시키는 뜻깊은 문화공동체가 될 터이다"고 했다.

이어 “이 전시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예술이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작품 속에서 가족의 기억과 사랑, 그리고 창작의 힘을 함께 느껴보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2015년 1월 전주에서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어떤한 구속과 속박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전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여행하고 공부하며 오직 미술 창작에만 전념했다.

7세 때 수묵화를 그리기 시작해 정물화, 풍경화, 추상화, 문자화 등을 섭렵하고 평생에 걸쳐 한국적이고 민족적인 작품으로 동서양의 융합을 시도했으며, 개인전 50회, 해외초대전 10회, 국제전 150여회를 개최하는 등 ‘동양의 피카소’로 불렸다.

1918년 3월 1일 경북 금릉군(김천시) 남면 초곡리에서 태어났지만 유년시절을 군산에서 보냈다. 부유한 만석꾼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그림을 반대하던 집안에서 나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김구풍’이었던 이름마저 ‘하반영’으로 바꾼 것에서 그의 작업에 대한 열망을 엿볼 수 있다. 도자기, 한국화, 서양화, 수채화 등 재료와 구상과 비구상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아우르며 장르와 소재에 정체하길 거부했다.

13세 때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1979년부터 1985년까지 프랑스에서 활동, 국전인 '르 살롱'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국적인 미를 화폭에 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 다니며 풍경화를 그리는 등 유화 뿐만 아니라 수채화, 서예, 도예, 수묵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활동을 벌였으며, 전시 수익금을 복지재단에 기부하면서 이웃사랑 실천에도 앞장섰다.

군산과 김천에 수백 점의 작품을 기증, 편견과 차별없이 누구나 언제든지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 제공에 크게 이바지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아시아 미술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일본 ‘니카텐’(이과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중국 초청으로 ‘하반영 90세 베이징전’을 열어 수익금을 쓰촨성 지진 피해자와 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했다.

그의 그림은 국내외 여러 곳에 소장돼 있다. △박정희 대통령 집무실에 ‘풍경’ △김대중 대통령 주문으로 청와대에 ‘갈대’ 등 3점 △김영삼 대통령 ‘감’ 등 3점 △김옥숙 여사(노태우 대통령 영부인) ‘나그네’ 등 △정주영 회장, 울산 전시회 두 번 모두 현대에서 전량 매입 △삼성 홍라희 여사 ‘추상’ 등 6점 △송월주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 △유인촌 전 문공부 장관 ‘갈대’ 등 △삼성그룹 ‘갈대’ 등 50점 △대우그룹 ‘비자 없는 나그네’ 등 50점 △한국마사회 ‘돌담길’ 등 50점 △군산시 기증 100점 장미갤러리에 상설 전시중이다. 미국 뉴욕미술관, 프랑스 국립박물관 등 해외에도 수십 점이 전시돼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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