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삼국지에서 형주는 단순한 땅이 아니었다. 남북과 동서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사람과 물자, 문화와 정보가 모이는 곳이었다.
형주를 차지한다는 것은 영토 하나를 얻는 것이 아니라 패권의 중심축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전북특별자치도에도 그런 ‘형주’가 있다. 바로 문체부 공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무주 태권도원이다.
태권도는 이미 국경을 넘어선 세계적인 스포츠이자 문화 콘텐츠다. 200여 개 국가에서 수련하는 세계인의 스포츠로 성장했고, 무주 태권도원은 그 태권도의 역사와 교육, 수련과 문화가 집적된 세계 태권도의 성지로 조성됐다.
문제는 시설이 아니라 중심성이다.
세계태권도연맹 본부가 무주가 아닌 춘천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상황은 단순한 기관 하나의 이동으로 볼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바라보면 태권도의 역사와 상징, 행정과 국제적 기능이 서로 다른 곳으로 분산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삼국지에서 형주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략적 거점을 잃으면 영향력의 중심도 함께 흔들리기 때문이다.
전북은 지금까지 무주 태권도원을 ‘좋은 시설’ 정도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태권도를 통해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전북의 핵심 자산이자 문화·관광·스포츠·외교를 묶어낼 수 있는 전략 거점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다.
전북은 태권도의 ‘형주’를 지킬 전략이 있는가.
태권도원을 지어놓고 단순 태권도 행사를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 태권도의 의사결정과 국제 교류, 교육·연구·문화 콘텐츠가 무주로 모이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태권도계, 세계태권도연맹과의 관계에서도 전북의 역할과 존재감을 다시 세워야 한다.
형주를 둘러싼 삼국의 경쟁이 보여주듯 중심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지키려는 전략이 없으면 중심은 분산되고, 분산된 중심은 결국 다른 지역의 기회가 된다.
전북특별자치도(이원택 도지사)가 뼈저리게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무주 태권도원은 전북의 태권도 수련ㆍ 관광시설 하나가 아니다. 세계 태권도의 패권과 미래 콘텐츠를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다.
이제 전북은 태권도의 ‘성지’를 만들어 놓았다는 자부심을 넘어, 그 성지가 실제로 세계 태권도의 중심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전략을 보여줘야 한다.
형주를 잃고 패권을 논할 수 없듯, 태권도의 중심을 놓치고 세계 태권도 문화의 중심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권도진흥재단 이사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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