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창]주민이 다시 찾는 박물관을 만들자

이제는 기존 박물관에 다시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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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필자는 그동안 네 차례의 칼럼을 통해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왔다. 전북 공립박물관의 부족한 학예인력과 활성화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물관은 단순한 유물 전시장이 아니다.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보존하고 주민의 자긍심을 키우는 공간이다. 외부 방문객에게는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적 품격을 보여주는 얼굴이다.



지난 9일 전주대학교에서 ‘전북특별자치도 박물관·미술관 발전 방향’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전북 박물관의 현실을 구체적인 자료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엄기일 진안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국문화기반시설총람 등을 토대로 분야별 현황을 분석했다. 박물관 수와 휴관율, 학예인력, 예산, 전시·교육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전북 박물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북 사립박물관은 9개관 가운데 6개관이 휴관 중이다. 공립과 사립 모두 학예인력도 부족하다. 2025년 기준 공립박물관 1관당 학예인력은 전국 평균 3.4명인데 전북은 1.8명에 불과하다. 사립박물관도 전국 평균 2.1명에 비해 전북은 0.7명이다. 전시와 유물수집·보존처리·조사연구·교육 등 주요 학예업무 예산도 전국 하위권이다.



그런데 어려운 여건에도 전북 공립박물관의 평가인증률은 76.2%다. 전국 평균 65.6%보다 높다. 이는 부족한 인력과 예산 속에서도 현장의 학예인력들이 박물관을 지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문제는 현장 종사자의 역량보다 제도와 환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전북특별자치도의 박물관·미술관 행정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 현재 박물관은 유산관리과, 미술관은 문화산업과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반면 여러 광역자치단체는 박물관과 미술관 업무를 하나의 부서에서 담당한다. 전북도 하나의 문화정책 틀에서 관리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행정체계를 일원화하고 기관 간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전북박물관미술관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동전시·교육·연구·홍보도 활성화해야 한다.

전문인력 확충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공립박물관에는 최소 2명 이상의 학예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단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사립박물관은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과 함께, 신규 등록 단계에서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기존 박물관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전북에는 개관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상설전시를 제대로 개편하지 못한 박물관이 적지 않다. 시설은 노후화되고 전시는 시대에 뒤처졌다. 교육·체험 콘텐츠도 부족하다. 이제 각 기초자치단체장이 직접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노후 박물관의 리모델링과 상설전시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박물관은 한번 조성하고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전시와 콘텐츠를 끊임없이 바꾸고 새롭게 해야 살아 있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



리모델링은 낡은 시설을 고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전시와 교육을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게 바꾸고 편안하게 머물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오늘의 언어로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물관을 지역민이 즐겨 찾는 일상의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주민의 문화향유권을 높이는 기본적인 문화투자다.



박물관의 첫 번째 관람객은 관광객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어야 한다. 지역 주민이 가족과 두 번, 세 번 다시 찾아야 한다. 다른 지역 사람에게 “우리 고장에 오면 이 박물관은 꼭 가보라”고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조차 다시 찾고 싶지 않은 박물관에 외지 관광객이 찾아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주민의 만족과 자긍심이 결국 지역을 찾게 하는 가장 강한 힘이 된다.



박물관의 품격은 지역의 문화적 품격이다. 이제 전북의 박물관 정책도 ‘몇 개의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가’에서 ‘얼마나 좋은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주민이 다시 찾고 자랑하고 싶은 박물관을 만들자. 그러면 외지 관광객도 찾아온다. 전북특별자치도와 14개 시·군은 이제 박물관의 숫자가 아니라 박물관의 품격에 투자해야 한다.

/노기환 온문화유산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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