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전주 최씨 7명의 글을 모은 유일본 '완산세고'가 서지 정보 공개를 거쳐 내년에 원문 온라인 서비스가 된다.
한 대학이 오랫동안 보관해 온 희귀 고문헌을 포함한 1,427책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하여 이 자료가 국민이 함께 이용하는 지식문화유산으로 거듭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영산선학대학교가 기증한 고문헌 1,223책과 근대문헌 204책 등 총 1,427책으로 ‘영산선학문고’를 조성하고, 14일 본관 고문헌실에서 기증문고 설치식을 개최했다.
이번 기증은 개인이나 문중이 아니라 대학 도서관이 소장해 온 자료를 국가도서관에 대규모로 기증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영산선학대학교는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이 탄생하고 깨달음을 얻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광군에 있으며, 오는 2027년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다.
박연란 총장은 “기록문화유산이 개인이나 한 기관의 소유를 넘어 공동체의 지식으로 승화되고, 미래 세대에게 과거의 지혜를 전달하는 통로가 될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고 믿어 기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증 자료에는 국가유산적 가치와 학술적 보존 가치가 높은 희귀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는 1617년 조선 광해군 때 문신 심광세가 우리나라 역사를 한시로 엮은 '해동악부', 조선시대 제주에서 간행한 희귀 판본 '당시정음집주', 전주 최씨 7명의 글을 모은 유일본 '완산세고' 등이 있다.
'완산세고(完山世稿)'는 완산 최씨(完山崔氏) 가문의 사람들이 남긴 글을 한데 모아 편찬한 책이다. 책 제목에 있는 '세고(世稿)'는 한 집안에서 두 명 이상의 글을 모아 펴낸 문집을 뜻하며, 비슷한 의미의 명칭으로 '연방집(聯芳集)'이 있다.
현재 전해지는 『완산세고』 간행본 주변에서 완산 최씨 집안의 문헌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고 있어, 이 책은 자료로서 매우 희귀한 가치를 지닌다. 필사본 『완산세고』는 완산 최씨 가문 인물들의 유고를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한 집안의 문학적 성향과 학문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본문 곳곳에 종이를 덧붙여 교정하거나 묵과 붉은색 묵으로 표시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비록 현재까지 간행본이 발견되지 않아 실제 정식 간행으로 이어졌는지 확신할 수 없으나 이러한 흔적들은 간행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내용을 검토하며 제작하였을 것으로 추측하게 하여 서지학적 가치가 크다.
정확한 편신자를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수록 인물인 최석정의 '명곡(明谷)' 인장이 본문에 직접 찍혀 있다는 점 또한 당대 인물이 생전에 편찬 과정에 관여했음을 짐작하게 하며 본서의 사료적 가치를 한층 더 높여준다.
이 책은 전체가 온전히 전해지지 않고 현재 1책과 3책만 남아 있다. 본문 중에도 편찬과 관련된 기록이 보이지 않아 정확한 편찬 경위와 제작 연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 책에 글이 실린 인물은 최기남(崔起南, 1559~1619), 최내길(崔來吉, 1583~1649), 최명길(崔鳴吉, 1586~1647), 최혜길(崔惠吉, 1591~1662), 최석진(崔錫晉, 1640~1650), 최석정(崔錫鼎, 1646~1715), 최창대(崔昌大, 1669~1720)까지 7명이다.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최창대가 1720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아, 이 책은 적어도 그 이후에 편찬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기남과 최내길·최명길·최혜길은 부자관계이며, 최석진과 최석정은 형제 관계이고, 최창대는 최석정의 아들이다. 이처럼 수록 인물들은 아버지와 아들, 형제, 증조부와 증손자 등 대를 잇는 혈연관계로 이어져 있다.
책의 변판사에 편서에는 3책 본문 하단에 찍혀 있는 '명곡(明谷)'이라는 인장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명곡은 수록 인물 중 한 명인 최석정의 호이다. 이를 통해 볼 때 3책은 수록 인물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저작된 것으로 보이며, 선조들의 남겨진 글을 정리하면서 자신들의 글도 생전에 함께 엮어 편찬하려 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현재 1책과 3책만이 남은 본서가 원래 어느 정도 분량이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남겨진 두 책의 구성과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1책은 가문의 기원과 계보를 밝히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가장 앞에는 「세계(世系)」를 두며 "시조의 이름은 순식이고, 고려 검교신호위상장군이었다.(始祖諱純爵高麗檢校神虎衛上將軍)"라는 문장 한 줄을 명시했다. 이어 1책의 수록 내용을 간단히 알려주는 「목록」이 나오고, 최순작을 시삭으로 하는 완산 최씨 가문의 가계도인 「보도(譜圖)」가 수록되어 있다.
가계도가 끝나면 본격적인 본문이 시작되는데, 가장 먼저 명곡(明谷) 최기남의 유문이 실려 있다. 이후 그의 아들들인 완천군(完川君) 최내길, 지천(遲川) 최명길, 류하(柳下) 최혜길의 글이 순차적으로 필사되어 있다.
다음으로 3책의 본문에는 앙지(昂之) 최석진, 명곡(明谷) 최석정, 곤륜(昆崙) 최창대의 글이 차례로 실리며 끝을 맺는다.
본문은 1책과 3책 모두 공통적으로 각 인물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먼저 소개한 뒤, 그들이 남긴 문학 작품과 다양한 글, 편지 등의 여러 기록을 싣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책의 표지 서명은 동일하게 붓으로 '세고(世稿)'라고 쓰여 있다.
서명 아래에는 책의 차례를 표시하는 단어인 '갑(甲)'과 '병(丙)'이 표시되어 있어, 첫 번째 책과 세 번째 책임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내용을 수정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묵으로 덧칠을 하여 글자를 바꾸거나, 종이에 수정한 내용을 적어 본문 위에 덧붙이는 등의 방식이 사용됐다.
또 일부 단어는 글자게 묵과 붉은색 묵으로 점을 찍어 가리거나, 옆에 점을 찍어 표시하기도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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