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돌봄에는 명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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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부를 묻고, 따뜻한 밥 한끼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명절이 온전히 쉼과 반가움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모시는 가족이 있다. 치매를 앓는 배우자나 부모를 돌보는 가족도 있고, 장애가 있는 가족의 일상을 매일 곁에서 지원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돌봄은 명절이라고 멈출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식사를 챙기고 약을 챙기며, 씻고 옷을 입고 이동하는 것을 돕는 일은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는다. 명절이라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시간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돌보는 가족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족 모두가 쉬는 명절에도 누군가는 평소와 똑같이, 때로는 평소보다 더 많은 돌봄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가 이번 명절에 한 번쯤 돌봄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돌보는 사람의 삶’도 함께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우리 사회의 돌봄에 대한 관점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 3월 27일부터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통합돌봄이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본격 시행됐다. 노쇠와 장애,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병원이나 시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의료와 요양, 돌봄서비스를 연계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전주시는 이 제도가 낯선 도시가 아니다. 지난 2019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작으로 2023년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업사업에 참여하며 관련 경험을 축적해 왔다. 올해 본사업 시행에 맞춰 35개 동에 통합돌봄 담당 인력을 두고, 보건·의료와 건강관리, 일상생활, 영양, 주거 등을 포함한 9개 분야 101개 서비스를 마련했다. 보건·의료와 복지·돌봄, 주거 등 지역의 45개 기관이 참여하는 통합지원협의체도 구성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도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이 필요한 순간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명절과 같은 긴 연휴는 지역의 돌봄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돌봄 필요도가 높은 가구에 공백은 없는지, 갑작스럽게 주 돌봄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돌봄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가족들이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그 역할을 가족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우선 명절을 앞두고 돌봄이 필요한 고위험 가구를 미리 살피고, 연휴 기간 이용 가능한 돌봄·의료·복지서비스와 연락체계를 충분히 안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기치 않은 돌봄 공백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의 긴급지원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나아가 가족을 돌보는 사람에게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정책 역시 더욱 중요해져야 한다. 돌봄을 받는 사람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을 지속하고 있는 가족의 피로와 소진까지 함께 바라봐야 한다. 한사람의 돌봄을 한 가족의 희생만으로 유지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통합돌봄 예산을 확대하고 지방정부 전담인력을 반영한 것도 결국 돌봄을 개인과 가족의 영역에만 두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전주도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지난 7년 동안 쌓아온 통합돌봄의 경험이 행정의 사업목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평상시뿐 아니라 명절과 휴일, 갑작스러운 위기의 순간에도 시민이 “도움받을 곳이 있다”고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촘촘한 돌봄도시라 할 수 있다.



명절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가족이 소중하다는 말이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맡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가족의 사랑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몫을 지역사회와 공공이 함께 나눌 때 가족도 지치지 않고 서로를 오래 돌볼 수 있다. 돌봄에는 명절이 없다. 그렇기에 돌봄을 함께 짊어지는 지역사회의 책임에도 쉼이 없어야 한다.



이번 한가위에는 우리 가족의 안부와 함께 홀로 계신 어르신, 장애인과 그 가족,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 누군가를 돌보고 있는 이들의 안부도 한번 더 살펴보았으면 한다.



서로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네고, 돌봄의 무게를 함께 나누는 한가위가 되길 바란다.

/채영병 의원(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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