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최근 전국의 농촌 사회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농지 이용 실태조사가 강화되면서 사상 초유의 ‘농지 처분 사태’가 눈앞에 와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추정에 따르면 국내 전체 농지의 약 27%가 음성적 불법 임대차 상태이거나 방치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정부는 헌법상의 경자유전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현장의 반응은 개혁의 환영보다는 걱정이다. 이미 매매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농지 조사가 시행되면서 지주는 퇴로를 찾지 못할 농지로, 농민은 경작권 등 불이익 우려로 그렇다. 특히 매년 토지가액의 2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지주의 반발이 더 두드러진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농지 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에서 비롯된다. 헌법적 가치인 '경자유전'을 명목으로 비농업인의 소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일단 불법 임대차나 휴경으로 적발되면 '강제 매각(처분명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화와 은퇴, 상속으로 인해 땅을 직접 경작할 수 없는 부재지주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규제 정책 위주이다 보니, 시장은 음성화되었고 수십만 명의 임차농과 은퇴 농민들까지 도미노 위기에 말려 있다. 더욱이 정부 예산의 한계로 막대한 처분 농지를 전량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차선으로 이를 받아낼 방법도 명확하지 않다.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유럽 선진국과 일본의 지혜를 빌려와야 한다. 프랑스의 '사페르(SAFER)'나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세우되,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완충재'와 '이용 중심'의 유연한 시스템을 수용해 왔다. 이들은 상속이나 고령화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지주에게 매각을 강제하지 않고, 공공 기구와의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소유권을 보장하면서 실제 경작자에게 땅을 안전하게 재배치한다.
일본 역시 매년 '농지 패트롤'을 통해 유휴 농지를 적발하되, 농지 처분 대신 공적 기관인 농지뱅크로의 위탁을 유도하고 세금 중과라는 ‘경제적 넛지’를 통해 순응을 이끌어낸다. 즉, ‘흡수와 상생’이 선진국 농지 관리의 핵심이다.
이러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한국에 이식해 봄직하다. 이제 우리는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치밀한 '넛지 정책'으로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첫째, 농지 조사에서 불법 임대차가 적발되더라도 일정 기간 이내에 농지은행에 장기 임대 위탁을 신청할 경우 처분 명령을 유예 또는 면제해 주는 특례를 도입해야 한다. 합법적인 퇴로를 열어주어야 시장에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위탁 과정에서 현장의 실경작자를 1순위로 지정하여 임대차 계약을 맺도록 지침을 유연화해야 한다. 그러면 임차농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고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으며, 국가는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불법 임대차를 제도권 내로 흡수할 수 있다.
셋째, 농지은행조차 인수를 거부하는 맹지나 경사지 등 묵정농지에 대해서는 영농을 의무화하지 말고 다른 길을 열어줘야 한다. 현행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제도를 활용해 수확량 증빙 의무를 낮추고, 태양광 패널 아래 적정 가축을 풀어 제초와 축산 수익을 거두는 '솔라 그레이징'이나 양봉, 다년생 식물 재배를 영농으로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지자체 직권으로 한계농지를 '영농여건불리농지'로 고시해 규제를 터주는 것도 한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페널티의 방식을 ‘경제적 넛지’로 바꾸어야 한다. 무단 방치 등 악성 투기 농지에는 재산세를 중과세하고, 반대로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이들에게는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라는 강력한 세제 혜택을 재설계해야 한다. “공공에 맡기는 것이 이득”이라는 시그널을 보여야 한다.
농지 조사는 농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농촌 현장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 바로 ‘상생형 넛지’가 해법이다. 이를 통해 27%의 비정상적인 임대차 구조를 지혜롭게 풀어낸다면 농지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신동우(로컬칼럼니스트)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