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몸은 침묵하지만, 빛은 그 안에 새겨진 시간을 말한다. 옷을 모두 벗어던진 인간의 몸을 마주할 때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되는가. 누군가는 쑥스러움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카메라 앞에서 인체는 단순한 노출의 대상이 아니다. 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피부에 닿는 순간, 벌거벗은 육체는 오히려 감춰왔던 인간의 내면과 삶의 흔적을 드러내는 존재로 바뀐다.
사진가 정지우(한국사진작가협회 누드사진분과 위원장)가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과 존엄성을 빛과 어둠의 대비로 포착해 낸 새 사진집 '침묵의 몸(The Silent Body)'(도서출판 하얀나무)을 발간했다.
지난 2014년 발간, 국립중앙도서관에 작품집이 소장된 'Naked'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정지우 작가의 깊이 있는 예술관의 집약체다.
'침묵의 몸'은 단순한 신체의 재현을 넘어선다. 작가는 "누드는 벌거벗은 것이 아니라, 가장 솔직하고 본질적인 인간의 모습"이라는 확고한 신념 아래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작가는 과장된 선정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인체가 가진 고유한 형태의 미학, 질감의 깊이, 그리고 그 속에 흐르는 감정의 울림을 단 한 권의 사진집에 온전히 담아냈다.
사진집은 크게 세 가지 예술적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 첫째, 강렬한 역광을 활용해 인물을 검은 실루엣으로 남겨 보편적인 인간의 존재를 응시하게 만드는 ‘역광 속 실루엣으로 본 존재의 윤곽’ ,▲ 둘째, 흑백의 극명한 대비 속에서 다리의 곡선과 근육의 질감을 섬세하게 포착해 인체에서 자연의 선(山이나 강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흑백 대비로 드러낸 생명의 리듬’ , ▲ 셋째, 신체의 일부를 극도로 클로즈업해 피부의 미세한 굴곡을 마치 대지의 질감처럼 낯설고도 깊이 있게 표현한 ‘극도의 확대로 만나는 영혼의 지문’으로 구성되어 시각적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구도는 인물을 세상에 온전히 드러내기보단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과의 경계"를 시각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물 뒤에 선 인물의 포즈는 양팔을 위로 뻗어 역동적이면서도, 동시에 그물이라는 장벽 안에서 고요히 사유하는 듯한 ‘침묵’의 정서를 자아낸다.
선정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어둠 속에 감춰진 부분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내면적 깊이와 상처,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작품집이다.
평단과 사진계는 작가의 신작에 대해 "국내 누드 사진의 편견을 깨고 나아가는 중요한 성과"라면서 "빛의 방향과 강도를 정밀하게 조절한 기술적 완성도(절제미), 인간과 자아의 관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사유의 깊이, 그리고 한국 회화의 ‘여백의 미’를 사진으로 승화시킨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및 누드사진분과 위원장, 촬영지도자 부위원장, 전주지부 부지부장 등으로 활동, 문화예술 발전에 앞장서 왔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제39회 십걸상을 수상했으며, 개인전 18회를 개최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침묵의 몸'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 활동 준비 지원금으로 만들어졌다./이종근 기자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