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창업을 꿈꾸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는 지역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창업’이란 일반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로 인식되곤 한다. 물론 첨단 기술이나 신선한 아이템으로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도 가치가 크다. 하지만 청년들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매우 강력한 창업 전략이 있다. 바로 지역에 있는 기존 사업체나 전통을 이어받아 새롭게 재해석하는 ‘가업승계(継承)형 창업’이다.
많은 이들이 가업승계를 단순히 ‘부모의 일을 이어받는 부유한 일부의 특권’이나 ‘구시대적인 업종을 유지하는 일’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가업승계는 단순한 사업 유지(継承)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기업이 수십 년간 쌓아온 탄탄한 기술력, 지역 내 신뢰, 고객 기반, 안정적인 공급망이라는 ‘유형·무형의 자산’위에 청년 세대의 혁신적 감각, IT 및 디지털 역량, 글로벌 마인드를 결합하는 ‘혁신적 사업 확장(Scale-up)’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신규 창업의 세계는 매우 냉혹하다. 초기 자본금 확보부터 고객 유치, 상권 진입, 브랜딩까지 모든 것을 제로(0)에서 시작해야 하므로 창업 후 3년 내 폐업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 지역에서 이미 기반을 잡은 가업을 승계하는 것은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출발선 자체를 다르게 가져가는 이점이 있다.
가업승계는 청년들에게 다음과 같은 강력한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첫째, 안정적인 자산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기존 거래처와 고객층, 축적된 노하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작하므로 창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둘째, 새로운 시장 확장의 가능성이다. 전통 제조업, 농업, 지역 소상공인 사업체라 할지라도 청년의 감각이 더해지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매장에 스마트 스토어, SNS 마케팅,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하거나, 전통적인 제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제품이나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리브랜딩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셋째,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구축 가능성 이다. 지역의 역사와 스토리가 담긴 가업은 대체 불가능한 브랜딩 자산이 된다.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 트렌드에서 가업의 전통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지방 도시들이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온 우수한 중소기업 및 장수 소상공인들은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하는 ‘기술과 일자리의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
이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바로 가업승계 활성화이다.
오랜 세월 축적된 지역 산업의 숙련 기술이 폐업으로 사라지지 않고 청년 세대에게 이전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업이 승계를 통해 스케일업(Scale-up)되면 기존 임직원의 고용이 유지될 뿐만 아니라, 마케팅·IT·디자인 등 새로운 분야의 양질의 지역 청년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지역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며 성장할 때 지역 자본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지역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가업승계가 청년의 미래와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청년 개인의 결단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순히 '부모의 가업을 잇는 개인'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 청년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청년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가업승계 청년 창업가 육성 및 컨설팅 지원이다. 지역 내 가업승계 기업과 청년 가업승계자를 발굴하고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 세무·법률·경영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선배 승계자의 멘토링 및 전문가 컨설팅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디지털 전환(DX) 및 리브랜딩 사업 지원이다. 기존 가업에 IT, AI기술, 스마트 공장, 글로벌 판로 개척, 디자인 혁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사업화 자금을 매칭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제3자 승계(매칭) 플랫폼 구축이다. 부모 자식 간의 승계뿐만 아니라, 후계자가 없는 지역의 우수 장수 기업과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연결해 주는 '지역 기업-청년 매칭(M&A형 승계)'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청년 창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가업승계는 과거의 답습이 아니라, ‘전통이라는 가장 튼튼한 뿌리 위에 혁신이라는 꽃을 피우는 새로운 창업’이다.
지역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지방에는 기회가 없다"고 지레 포기하기보다, 우리가 발딛고 서 있는 이 지역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귀중한 자산들에 눈을 돌리길 바란다. 부모님이나 지역 선배들이 평생을 바쳐 일궈온 터전은 청년 여러분의 젊은 감각과 열정이 더해질 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와 지역 사회 역시 청년들이 가업승계를 통해 지역에서 꿈을 펼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때이다. 청년의 도전과 전통의 유산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우리 지역의 밝은 내일이 시작될 것이다.
/정병표(경영컨설턴트/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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