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왜 전북인가, 피지컬AI밸리의 ‘조건’

공유
기사 대표 이미지

[새전북신문]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남쪽에는 세계 첨단산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가 있다. 애플과 구글, 메타 같은 세계적인 기업부터 수많은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소가 모여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실리콘밸리의 힘은 단순히 좋은 기업이 많다는 데 있지 않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실리콘밸리의 성장요인과 산업경쟁력」은 그 힘을 촘촘한 ‘생산 네트워크’에서 찾는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나온 기술이 기업의 제품이 되고, 생산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는 다시 연구로 돌아간다. 여기에 부품기업과 인재, 자본이 모이면서 거대한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피지컬AI도 마찬가지다. AI가 로봇과 기계를 움직여 현실에서 직접 일하게 하는 기술인 만큼 연구실에서만 완성할 수 없다. 기술을 개발할 대학과 연구기관, 이를 제품으로 만들 기업, 부품을 공급할 업체, 그리고 실제로 작동시켜 볼 현장이 함께 있어야 한다.



■ 피지컬AI의 조건, 전북에 모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북의 가능성은 구체적인 기반을 갖는다. 전북은 피지컬AI를 백지에서 시작하는 곳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비롯한 상용차 산업과 특장차, 농기계 등 오랜 제조 기반을 갖고 있다. 농업과 물류처럼 AI와 로봇을 실제로 써볼 현장도 가까이에 있다. 기계를 만드는 곳과 그 기계를 사용하는 곳이 함께 있다는 것, 이것이 전북의 강점이다.



특히 농기계와 특장차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작업환경에 따라 제품 사양과 만드는 방식도 달라진다. 이처럼 변화가 많은 생산공정과 실제 작업현장은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자동화보다 상황에 맞춰 판단하고 움직이는, 고도화된 피지컬AI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다. 도내 제조 현장에서도 피지컬AI 기술을 적용하는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와 인재의 기반도 갖춰지고 있다. 전북대학교에는 KAIST, 성균관대 등이 참여하는 피지컬AI 실증랩이 가동되고 있다. 올해 전북대가 로봇 특성화대학원에 선정되면서 앞으로 5년간 국비 150억 원을 지원받아 전문인력을 키울 길도 열렸다.



전주는 AI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AI 신뢰성 혁신실증사업을 통해 기업의 기술을 진단하고, 신뢰성 검증과 인증 획득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생산기지로 조성될 새만금이 연결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 원 규모 투자 계획에는 로봇 제조와 부품, AI 데이터센터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투자가 지역의 부품기업과 함께하는 공동개발과 시험·검증, 실제 납품으로 이어진다면 전북의 산업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연구실에서 만든 피지컬AI를 공장과 현장으로 가져와 시험하고, 그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와 경험을 다시 연구에 활용하는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피지컬AI 산업에 필요한 ‘점’들이 전북 곳곳에 찍히고 있다.



■ 이제 점을 연결해 ‘밸리’를 만들 때다



그래서 전북 피지컬AI 밸리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흩어진 강점을 하나로 묶어 서로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다. 핵심은 연결과 협업이다.



전주를 중심으로 연구와 기술의 신뢰성·안전성 검증을 뒷받침하고, 개발된 기술을 완주와 김제 등의 제조·농업 현장에 직접 적용해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 기술을 더 똑똑하게 만든다. 검증을 마친 기술과 제품을 ​새만금에 구축될 제조·양산 기반으로 연결하고,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도 다시 연구와 기술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 기업이 기술 개발부터 실증, 시험·인증, 사업화까지 전북 안에서 이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이 선순환이 바로 전북 피지컬AI 밸리다.



물론 이러한 연결은 지역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지역기업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하며, 검증된 기술이 실제 구매와 생산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역의 기존 부품기업도 로봇과 피지컬AI라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대규모 투자와 국가사업의 성과가 전북에 뿌리내린다.



전북의 제조 기반과 연구 역량, 실증 현장과 투자 계획이 하나둘 점으로 찍히고 있다. 이제 그 점을 선으로 잇고, 선을 넓혀 대한민국 피지컬AI 산업의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에서 실증으로, 실증에서 생산으로. ​그리고 현장의 경험이 다시 연구로. 전북 피지컬AI 밸리는 그렇게 현실이 되어갈 것이다.

/전주시병 국회의원, 통일부장관 정동영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