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영화를 보고 나서 당대표께서 한 말씀 하셨다. “다른 방향을 얘기하는 게 금지되면 안 된다”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도 같은 영화를 보고 나서 “역사와 문화는 권력을 잡은 자가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국전쟁2’에 대한 영화평이었다. 다큐임에도 영진위 심사에서 “균형 잡힌 탐구보다 특정 관점의 강조에 치우친 표현 방식”과 “완성도의 아쉬움” 등을 이유로 독립영화 인정도 받지 못했던 작품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평을 한 당 대표는 장동혁 국민의 힘 대표였고, 두 번째로 평을 한 국회의원은 주진우 의원이었다. 이들이 ‘암살자(들)’ 영화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영화 불매운동을 시사했고, 주진우 의원은 “배우 유해진의 외모를 ‘북한상’”이라고 비하하며, “‘패륜 영화’라고까지 표현하며 국정감사에서 영화관계자들을 불러내어 외압 여부를 규명하겠다”라는 발언까지 서슴없다. 극우, 보수 단체들은 영화관계자들에 대한 협박과 단체 관람하려는 기관 고발에, 영화를 보지도 않고 네이버 별점 테러까지 거의 광기에 가까운 짓을 펴고 있다. 심지어 유해진 배우 집 앞에서 집회 시위 신고까지 한 상황이다.
‘건국전쟁2’는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할 영화이고, ‘암살자(들)’은 국민이 보기 전에 불매하고 상영을 중단시켜야 할 영화인가?,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을 옹호하는 영화나 다큐는 ‘표현의 자유’이니 보호받아야 하고, 그들을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영화는 ‘역사 왜곡’이 되고 밥줄까지 끊어내며 극렬하게 공격해서 삭제해야만 하는 악한 일인가?
이전 MBC의 「뉴스데스크」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다뤘다. ‘암살자(들)’도 기존에 제기돼 온 의혹에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극적 요소를 더해 만들어졌다고 여겼다. 나름 작품성도 인정받아 여러 평론가의 호평이 이어졌는데, 어느새 ‘좌빨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의혹이 있었다는 것과, 그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영화는 바로 그 간극에서 질문하고 상상하기 마련이다.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역사는 사실도 의혹도 묻어 버리고 모두 호의적이어야 하고, 반대로 상대 진영이라고 주장하는 우호적인 역사는 무조건 비난해야 할 근거만 찾는 현실이 아프다. 최소한 ‘왜곡’과 ‘의혹’이라는 단어 수준은 알아야 한다. 영화는 예술이고 문화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역사를 바라볼 때는 역사학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실 확인과 자료에 대한 엄정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위에서 사회적 맥락을 해석하고,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질문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동시에 영화는 역사책이 아니라 예술이자 문화라는 점에서, 사실과 해석, 상상력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문화적 감수성 안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쟁 가운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권력이 자신에게 불편한 비판과 의혹 제기까지 강제로 막기 시작할 때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위험해진다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파시즘 역시 이런 자유의 억압을 중요한 특징으로 삼는다.
/정건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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