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만들어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좋은 일처럼 들린다. 어차피 지방에도 쓸 돈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다. 정부가 지방정부에 보낼 돈을 기금으로 먼저 떼어놓으면서, 기존 제도대로라면 지방에 돌아갈 돈이 줄어든다. 지방의 미래를 위한다면서 지방의 몫부터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지방교부세부터 쉽게 살펴보자. 국민은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을 중앙정부에 낸다. 나라가 거두는 세금 가운데 관세 등을 제외한 세금이 내국세다. 현행법은 교부세 산정 대상 내국세의 19.24%를 지방교부세의 주요 재원으로 정한다. 계산 대상 세금이 100만 원이라면 19만 2,400원은 지방 몫으로 나눈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나눌까. 세금은 중앙에 집중돼 있지만 주민의 일상을 돌보는 책임은 지방정부에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 지원, 농촌 버스 운행, 어르신 돌봄, 쓰레기 처리, 침수 예방까지 지역에서 해야 할 일은 많다. 그런데 지역마다 세금이 걷히는 형편은 다르다. 지방교부세는 이런 격차를 줄여 어디에 살든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를 누리게 하는 장치다.
그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통교부세는 지역에 필요한 표준적인 행정비용과 자체 수입을 비교해 부족한 재정을 메우는 방식으로 배분한다. 재정이 어려운 지역의 살림을 뒷받침하도록 법률로 정한 몫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안은 19.24%라는 숫자는 그대로 두면서 계산할 세금의 크기를 줄이려 한다. 미래대응기금에 넣을 돈부터 내국세에서 제외한 뒤 지방 몫을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100만 원에서 20만원을 먼저 떼면 지방 몫은 100만 원의 19.24%가 아니라 80만 원의 19.24%가 된다. 비율은 같아도 받는 돈은 줄어든다. 쉽게 말해, 주던 몫도 빼앗는 방식이다.
그 결과 2027년 지방교부세는 기존 산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30조5천억 원 적게 편성됐다. 이는 전년 대비 삭감액이 아니라, 같은 해 걷힐 세금에서 지방에 돌아갈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나라살림연구소 방식으로 추계한 전북도와 14개 시·군의 차액은 2조7,235억 원이다. 익산 2,269억 원, 전주 2,246억 원, 정읍 2,325억 원, 완주 1,300억 원이다. 완주의 경우 주민을 10만명으로 가정하면 한 사람에게 30만원씩 민생지원금으로 4차례 지급하고도 남는 규모다. 지역 살림에 얼마나 큰 돈인지 보여주는 비교다.
이 돈은 끊길 위기의 마을버스를 지키고, 홀몸 어르신의 식사를 챙기고,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을 늘리는 재원이 될 수 있다. 낡은 하수관을 고쳐 침수를 막고 소방장비와 구조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보탤 수 있다. 도로와 건물을 짓는 돈만 미래 투자가 아니다. 오늘 생명을 지키고 내일도 지역에서 살 수 있게 하는 돈 역시 미래 투자다.
정부는 기금으로 다시 지방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이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돈과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에 맞춰 받는 돈은 다르다. 주민에게 시급한 것은 돌봄인데 중앙의 지원 목록에는 다른 사업만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계획을 대신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다. 주민이 지역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지방자치다.
지방정부가 돈을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실한 사업과 부패는 철저히 감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일부의 잘못을 이유로 모든 지방정부의 재원과 결정권을 줄여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의 지출이라고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다.
진정한 재정분권으로 가려면 지방교부세 비율을 19.24%에서 25%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지방이 맡는 책임에 걸맞게 재원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높이지는 못할망정, 기존에 나누던 몫마저 줄이겠다는 것은 지방분권의 후퇴다. 재정이 약한 지역일수록 충격이 크니 국가균형발전에도 역행한다.
반도체 호황 역시 기업만의 힘으로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 국민이 함께 부담한 교육과 연구개발, 전력과 도로가 뒷받침했다. 늘어난 세수의 혜택은 전국 주민의 삶으로 고르게 이어져야 한다. 중앙에 미래를 위한 돈을 쌓는 동안 지역의 돌봄과 생활안전이 흔들리고, 가장 어려운 주민부터 고통받게 해서는 안 된다.
해법은 분명하다. 지방교부세는 기존 산식대로 보장하고 그 위에서 기금을 설계하라. 기존의 산식대로 해서 30조5천억 원을 지방으로 배분해도 약 132조 원의 미래대응기금이 남는다. 지방 몫을 지키면서 미래를 준비할 여지는 충분하다. 이재명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중시한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지방의 돈은 중앙의 시혜가 아니다. 주민의 삶을 지킬 정당한 권리다.
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전북도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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